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 종이 소년
_연약한 영혼을 가진 우리 모두의 이야기
다른 아이들은 종이로 만들어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종이인 내 얼굴에 낙서를 하고, 나를 바람에 후 날리며 괴롭히고 따돌린다.
외로움의 한가운데 선 나는 깊은 슬픔과 수치심에 마음의 짐이 점점 커진다.
용기를 내서 힘든 마음을 엄마한테 털어놓지만, 엄마는 나에게 “네 모습 그대로 널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나는 그런 엄마의 말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불 위를 뛰어넘지 못하고, 어딘가에 부딪혀도 푸릇푸릇한 멍이 드는 대신 구깃구깃해지고,
비가 오는 날엔 우글쭈글해질까 봐 방 밖을 나서지 못하는데…….
그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단단한 내가 될 때까지
_지독한 슬픔과 외로움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에 대하여
서러워진 나는 집 밖을 뛰쳐나와 숲 끝까지 달린다.
한참을 달리다 숲의 한가운데 선 나는, 나를 이해해 주는 건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나무들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순간 좋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단단한 나무와 다르게 나는 유연해서 내 몸을 접을 수 있다!
타인의 말과 시선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발견한다.
그리고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의 부족한 점을 나만이 가진 특별함으로 변주시킨다.
지독한 슬픔에서 벗어나 외로움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 종이 소년은 이제 그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단단한 내가 되었다.
억압된 존재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된 종이 소년을 통해 어린이들은 시원한 해방감을 느끼고,
어둡고 축축했던 회색의 나날에서 무지갯빛 내일을 기대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맑은 수채화 위에 물들여진 섬세한 감정의 빛
《종이 소년》은 사회적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야유당하고, 밀려나는 작은 존재들을 겨냥한 무리의 괴롭힘을 꼬집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케라스코에트는 마리 폼퓌, 세바스티엥 코세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팀이다.
맑고 투명한 수채와 잉크 펜을 사용해 따돌림을 당해 짓눌리는 상황 속에서 힘든 마음을 안고 사는 연약한 이들의 감정을 정교하게 연출해 냈다.
종이 위에 은은히 번져 가는 수채화 속에는 종이 소년이 느끼는 억압과 공포가 담긴 붉은색,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짙고 어두운 회색,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장면에선 푸르른 녹색으로 교차하는 감정을 표현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보이는 세심한 표현들이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