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계의 메리 포핀스 달평 씨가 우리 학교에 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네 바람, 달평 씨가 이루어 줄 거야!
우렁 각시 27대손 달평 씨가 급식실에 떴다!
가을이 깊었습니다.
《어서 와요, 달평 씨》에서 콩이가 화단에서 얼어 죽을 뻔한 달평 씨를 구한 것도 딱 이즈음이었지요.
그때의 경험을 거울 삼아 이번엔 달평 씨도 따뜻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낮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좀 방심했던 걸까요?
차가운 물세례에 화들짝 놀라 깨어 보니 초등학교 급식실 싱크대 안이지 뭐예요.
이번에도 다행히 상냥한 조리사님을 만나 따뜻하고 촉촉한 급식실에서 날마다 싱싱한 채소를 먹으며 지내게 되긴 했는데……
자꾸만 신경 쓰이는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재잘재잘 떠들어 대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늘 구석 자리에서 혼자 급식을 먹는 아이지요.
“너는 왜 혼자 밥을 먹어어?”
누구라도 물어봐 줬으면 하는 그 아이의 사연
별것 아닌 말 한마디, 별것 아닌 행동 하나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킬 때가 있습니다.
영이에겐 “너는 왜 혼자 밥을 먹어어?” 하는 달평 씨의 질문이 그런 것이었지요.
달평 씨는 이제 너무도 익숙해진 나머지(벌써 가을이 깊었으니까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영이의 ‘혼밥’을 눈여겨보고 그 사연을 물어봐 줍니다.
그리고 영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 주지요.
각설탕이 따뜻한 물에 녹아내리듯 아이의 각진 마음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순간,
햇살이 길게 드리우는 급식실 한구석에 마주 앉은 달평 씨와 영이의 모습은 이 그림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쓰고 그린 그림책 《안녕, 외톨이》가 그랬고,
전작 《또 만나요, 달평 씨》가 그랬듯,
신민재 작가의 시선은 늘 외로운 아이들에게 가 닿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내밀한 바람을 알아주고, 상상의 존재일망정 친구를 만들어 주고, 책에서나마 그 바람을 이루어 주는 것.
책에서 얻은 위로와 격려를 밑거름 삼아 현실 세계로 한 발 한 발 내디딜 수 있도록 어린이의 등을 떠밀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신민재 작가가 계속해서 그림책을 쓰고 그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