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문학 작품을 배경으로 삼은 상상력의 보고
이 책은 『허클베리 핀』, 『인어 공주』, 『보물섬』의 롱 존 실버 선장, 『백경』 흰 고래,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베리,
미국의 여류 시인 에밀리 디킨슨 등 유명 문학 작품들의 등장인물과 실존 인물을 책 속에 등장시켜
삽화가이자 기획자,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분신인 주인공이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 가는 미스터리 형식의 그림책이다.
이 책은 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기억과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이해해야 하는 책이다.
로베르토 인노첸티는 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책을 직접 읽어 보라는 것도 기획 의도 중 하나라고 말한다.
작가는 그들이 누구인지 결코 직접 말해 주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실마리로 하나씩 준다.
그래서 이야기 속 주인공 화가뿐 아니라 독자들도 화가 못지않게 등장인물들의 정체를 알아내려 노력하게 만든다.
독자들은 등장인물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을 기억 속에서 계속해서 더듬게 된다.
그러다가 그들의 정체를 깨달으면 그토록 익숙했던 책 속 주인공들이 전혀 다른 작품에 등장했다는 데에 반가움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마치 화가가 그랬던 것처럼.
책 속에는 정체를 수월히 알아낼 수도 있는 인물도 있고 책이 끝날 때까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인물도 있다.
허구의 인물도 있고 실존했던 인물도 있다.
허구의 인물들은 모두 서로 다른 작품 속에 존재했다.
이렇듯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설정이 흥미진진하고 알쏭달쏭하여 이 책에 매력을 더한다.
특히 책 말미에 이 책의 등장인물과 그들이 등장하는 고전 문학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져서 모든 미스터리를 속 시원히 벗겨 주는 한편 고전 작품에 대한 흥미를 일깨운다.
고전 문학에 표하는 경의
허구의 인물들이 현실 속에 나타나는 이야기는 신비스럽고 환상적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보여 주는 그림은 무척 세밀하고 사실적이다.
오묘한 이야기와 섬세한 그림의 완벽한 조화는 책 전체를 더욱 아름답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이끈다.
볼로냐 라가치상 심사위원들은 인노첸티의 그림을,
‘상상 세계 속의 인물들이 인노첸티의 붓 터치를 통해 현실로 들어온다.
인노첸티의 명장다운 그림은, 이 책에 나오는 심오하면서도 유쾌한 여러 고전 문학에 표하는 경의나 다름없다.’
라고 평했다.
이러한 평은 한 작품 당 2년여의 기간 동안 매일 10시간씩 그림을 그리는 인노첸티의 열정과 성실함을 고려해 본다면 전혀 과하지 않을 것이다.
『호두까기 인형』, 『흰 장미 Rose Blanch』, 『피노키오 Pinocchio』등의 작업으로 인정받아 온 인노첸티는
『마지막 휴양지』를 통해서,
글에 어울린다기보다 오히려 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그림을 선보임으로써 다시 한 번 큰 주목을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