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동안 나무 그림을 그린 김선남 작가의 예술혼이 담기다
이 그림책에는 주인공인 암은행나무와 수은행나무, 두 그루만 등장합니다.
처음 네 장면에서 두 나무는 멀리 떨어져 서로를 바라봅니다.
한 화면에 두 나무가 있지만 서로 교감하지 않은 관계 속에서 나무는 비어 있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러다 암나무가 수꽃가루를 받으며 두 나무가 하나가 되자, 그림 속 두 나무는 교차되기 시작합니다.
씨앗을 키우면서 하나된 두 나무가 세상을 바라볼 때, 화면에는 잎과 씨앗들이 점점 채워집니다.
두 나무가 만든 잎과 씨앗들이 세상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이면 화면 가득 황금빛 세상이 펼쳐집니다.
우리 삶의 절정도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따뜻하고 황홀한 풍경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나무만 남은 세상에 하얀 눈이 내리고 두 나무는 다음을 기다리며 잠이 듭니다.
두 나무의 모습은 마치 연극 무대의 두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각 장면마다 감정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요.
연극 무대의 두 주인공이 대사를 주고 받듯이 두 은행나무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입니다.
각 장면에서는 두 나무의 크기, 위치뿐 아니라 과감한 화면 분할과 여백의 활용을 통해 두 나무의 관계, 서로에 대한 감정까지 드러납니다.
작가의 이런 시각적인 연출은 은행나무의 한 해 나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줍니다.
두 나무와 함께 바람의 변화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실바람이 불어 꽃가루가 날리는 장면에서는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고,
거센 바람이 부는 장면에서는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잎사귀들 사이 바람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과감하게 칸을 나눠 바람과 함께 시간의 변화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사계절의 변화는 각 화면을 채우는 다양한 색감으로 담아냈습니다.
파릇파릇한 연두색부터 무성한 초록색, 황홀한 황금색, 황량한 회색까지 사계절에 따른 은행나무의 성장이 느껴집니다.
<은행나무>는 계절의 변화와 각종 바람을 맞으며 한 해를 살아내는 은행나무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새겨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