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멈춰 버린 시간,
그래도 결코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
낡은 타이어의 이야기
더는 어디로도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되다
자동차와 함께 세상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던 타이어가 있었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리다 보면 마치 하늘에 닿을 듯, 이 세상 모두를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타이어와 자동차는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 아찔한 낭떠러지, 깜깜한 산길 등 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빠르게 달렸습니다.
이 둘이 못 갈 곳은 없었지요.
그러나 시간도 그만큼 빠르게 흐르고 흘렀습니다.
자동차와 타이어는 이제 낡을 때로 낡아서 가던 길을 멈춰 서야 하는 때를 맞게 된 것입니다.
길을 돌아다니던 낡은 개 한 마리가 자동차에 훌쩍 올라 타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동차와 타이어, 그리고 길을 가던 개 한 마리까지, 이 셋 마지막으로 모두가 쉬게 된 그 때, 타이어는 온 힘을 다 해 자동차에서 튕겨져 나왔습니다.
여행을 멈추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세상은 넓었고, 아직 가 보지 못한 길이 너무나 많았으니까요.
‘낡은 타이어의 또 다른 역할’
타이어의 품 안에서 시작되는 다른 이들의 여행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은 어린 독자들에게 처음처럼 꼭 반듯하게 쌓지 않아도 된다고,
처음처럼 꼭 높이 쌓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지 않듯, 어린 독자들의 삶과 꿈도 모두 같은 높이에, 같은 모양일 필요는 없습니다.
낡은 타이어는 자신의 여행이 끝났다고 생각했음에도, 몇 번이고 또 다른 역할을 찾아냅니다.
다른 타이어들처럼 꼭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자신만의 삶과 역할,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지요.
멈춰 선 그 자리에서도 여행은 계속됩니다.
바짝 메마른 가을이 지나고, 온통 흰 눈으로 뒤 덮여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되는 겨울도 지나갑니다.
비로소 모든 게 촉촉하게 녹아들고, 타이어의 동그란 품 안에서 씨앗이 움트게 될 때, 타이어는 깨닫습니다.
지금 자신의 여행이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지 말입니다.
우리 모두의 여행은 결코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언제까지고 계속되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 시작되곤 하지요.
낯설지만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될 때, 낡은 타이어가 그랬듯 ‘지금, 이곳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0 한경부 우수환경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