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에 의해 온 가족이 살해당한다. 단 한 명 갓난아기만 빼고. 암살자가 가족을 죽이는 동안 갓난아기는 아장아장 걸어 인근의 공동묘지로 향한다. 덕분에 살아난 아기, 하지만 대신 공동묘지가 발칵 뒤집혔다. 살아있는 사람, 그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인데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죽어서까지 아기를 키우고 싶어하는 Owens부인이 자기가 맡아서 기르겠다고 하고, 공동묘지의 귀신들은 대대적인 회의를 열어서 이를 승낙하고 아이에게는 Nobody라는 이름을 준다. 그리고 몇 가지 신비한 능력도 함께 주어지는데, 눈앞에서 금새 사라지거나 여타의 유령처럼 공간의 제약 없이 떠돌아다닐 수 있는 것. 아이는 공동묘지를 집 삼아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깜빡 묘지가 아니라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되고 눈앞이 아찔해지는 모험을 한다.
오싹하지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공포성장소설 《The Graveyard Book》입니다. 저자는 생존해 있는 상태로 ‘문학전기사전’에 이름을 올린 10대 포스트모던 작가 Neil Gaiman이고요. 그래픽노블 《Sandman》의 저자이며, Hugo상과 Nebula상을 모두 휩쓴 《American Gods》를 비롯해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받은, 생존해 있는 금세기 최고의 작가가 바로 Neil Gaiman입니다. 결국……이란 단어가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2009년에는 《The Graveyard Book》으로 뉴베리상까지 수상했네요.
뭐 좋은 작가이니까 좋은 작품으로 여러 가지 상도 받고, 영화로도 많이 제작됐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의 작품 중 《Stardust》와 《Coraline》이 영화화된 것은 흥행성 여부이고요, 작품성을 인정받고 상을 받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문제이니까요. 뭐, 닐 게이먼은 독자 인기상인 휴고상과 전문가 비평상인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더블 크라운을 심심찮게 달성하는 뭐 괴물이니 의미가 없는 걸까요. -.-;;
여하튼 이런 그가 22년 동안 고민을 해서 탄생한 작품이 《The Graveyard Book》입니다. 처음 구상해서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유명한 작가들이 더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 닐 게이먼이 쓴 최고의 작품이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다이애나 윈 존스
+ 닐 게이먼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천부적인 서사적 감각, 긴장감을 엮어내는 기술, 어둡고 매끄러운 유머감각 - ‘하트 모양의 상자’의 조 힐
+ 내가 제일 좋아했던 부분은 주인공 보드가 죽은 친구들, 살아있는 친구들과 허물어져 가는 묘지에서 함께 어울리며 커 가는 모습이었다. 놀랍고도 멋진 작품이다. -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오드리 니페네거
+ 루디야드 키플링의 ‘정글북’을 멋지게 흉내낸 작품.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 ‘최후의 유니콘’의 피터 비글
+ 기발하고 기이한 인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깊고 풍부한 맛이 난다. - 워싱턴포스트
끝으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크라잉 게임’의 감독 닐 조단이 영화로 제작 중에 있다는 것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