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룻날 밤, 새 신발을 훔쳐 간다고?
정월 초하룻날 밤에 나타나
신발을 훔쳐 가는 신발 귀신 앙괭이!
이 장난꾸러기 귀신이 고른 신발은 하필 소원이의
빨간 코 새 신발이다.
신발 귀신 앙괭이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듣고 신발을
도둑맞을까 봐 노심초사하던 소원이는 엄나무에
체도 걸어 두고, 똥 밟았다는 거짓 편지까지 썼다.
하지만 웬걸!
숫자를 잘 못 세 밤이 새도록 세고 또 세다 신발을
못 훔쳐간다는 앙괭이가 새해에는 잘 못하는 걸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체의 구멍을 세다 그만두고, 심지어 코감기가 걸려
똥 묻은 신발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져가 버린 것.
소원이의 새 신발을 훔쳐 신고 신이 난 앙괭이는
백두산 천지로, 태백산 천제단으로, 소백산 연화봉으로
휘리릭 휘리릭 다니며 산신령님께 새해 인사까지 한다.
하지만 실컷 떡국 먹고 덕담도 많이 들어 기분 좋아진
앙괭이는 다시 소원이에게 신발을 돌려주기로 한다.
이 그림책은 소원이와 귀신 앙괭이가 편지를 주고받는
재미난 설정과, 앙괭이란 귀신의 재미난 전설을
살아 있는 캐릭터로 재탄생시켜 설날의 음식, 놀이,
의복, 풍습 등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짧고 리듬감 있는 단문과 현장감 있는 대화문이
알맞게 섞인, 김미혜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