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빙하 곁에서 들은 얼음 조각의 증언
사람들은 ‘빙하가 녹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가라앉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의 감각을 회복한다.
반면 자명하다 못해 이제 지루하기까지 한 이 사실에 여전히 처음처럼 놀라고 심지어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빙하학자다.
빙하학자는 지질학자가 지층에 새겨진 역사를 읽듯이 수십만 년 전에 생성된 빙하의 층서를 읽는다.
층층이 포집된 당시의 눈, 에어로졸, 사막 먼지뿐 아니라 심지어 최근에는 그린란드 빙하 코어에서 백두산 화산재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빙하학자는 누적된 단서들을 조합해 당대 기후 사건을 해석하고 지구 역사를 파헤친다. 그리고 이는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데에도 주요한 기초 자료로 쓰인다.
이 책은 원시 지구 이후 빙상이 형성되던 시점부터 농업 발달과 산업화 등 인류 활동이 본격화되던 시기를 지나 핵실험이 만연했던 1945년 그리고 오늘날까지, 인류가 전 지구적으로 영향력을 떨쳤던 시간을 가로지르며 빙하의 언어를 번역한다.
지난 80만 년을 기억하는 남극 빙하 코어는 냉정하게 말한다.
지금의 인류처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급격한 속도로 배출했던 존재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210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800피피엠을 웃돌 것이고 그 수치는 3390만 년 전 그린란드에 빙하가 없었던 때와 맞먹는다.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자로 빙하는 인류를 지목한다.
지구의 수십억 역사로 눈을 돌리고 냉소할 때가 아니라 우리부터 똑바로 마주할 때다.
목차
프롤로그 | 빙하의 냄새를 맡는 사람
1부 빙하는 지구의 과거를 알고 있다
지구, 그 영원한 신비
지구에 남은 지문
한국에 빙하 코어가 있나요?
세상의 끝, 그린란드와 남극대륙
둘리와 빙하의 상관관계
이산화탄소의 하소연
위스키 한 잔이 세상을 바꾼 사연
이산화탄소가 그렇게 이상한가요?
바닷속 컨베이어 벨트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새빨간 거짓말
인류가 지구에 무해했던 적이 있다
핵실험을 하자 빙하가 우리에게 건넨 말
캐나다 로키산맥에 오르다
2부 빙하학자, 그린란드 빙하를 만나다
여기는 그린란드, 빙하 앞에 있습니다
그린란드 빙하 위에 서다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 얻는 것
사람의 인연은 알 수 없는 법
여성 과학자로 살아가기
전쟁과 그린란드
빙하의 엑스레이를 찍다
매일 밤 연구를 그만두는 꿈을 꿨다
7월의 핼러윈 파티
안녕, 그린란드
미션 임파서블
3부 과거의 빙하와 미래의 지구, 그리고 현재의 빙하학자
우리에게 내일은 있다
남극 탐험의 꿈
여자의 친구는 여자
행복하지 않습니다
동료들과 연대하기
나에게 쓰는 편지
에필로그 | 빙하학자로 평생 살아가기
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