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이를 한 번에 무장해제시키는,
박새한의 방식으로 띄워 둔 위로
『오늘의 잠에게』는 모든 어른들이 갑자기 풍선으로 변한 세상을 그린 책 『아빠 풍선』에 이은 박새한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그만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긴 ‘잠’ 캐릭터는 독보적인 사랑스러움을 보여 줍니다.
작가는 주로 모양자를 이용해 잉크로 라인을 그리고 선명하지만 부드럽게 번지는 마커로 채색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평면적으로 디자인된 세계의 견고함과 종이 위에 지어지는 아날로그적인 온기를 모두 품은 스타일은 기분 좋은 의외성으로 다가와요.
두 팔을 몸통에 딱 붙이고 페이지마다 같은 자세로 누운 잠과, 그 어떤 상황에서든 있던 모습 그대로 잠든 배경과의 대비에서 위트가 느껴집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낮아지는 지평선. 이제는 너무 지쳐 달게 잠들고만 싶은 잠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프랑스, 한국 동시 출간
기다란 밤하늘로 이어진 한 폭의 지구 풍경
박새한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살고 있습니다.
이번 그림책 『오늘의 잠에게』의 편집 작업은 프랑스와 한국 두 곳의 출판사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멀리 산 위로 보이는 서울타워, 하늘이 비치는 강물,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전깃줄과 가파른 골목.
또 한편으로는 완만하게 솟은 언덕과 들판의 관목들 등 두 도시의 풍경들이 책 속 곳곳에 담겨 있어요.
하지만 길게 펼쳐진 밤하늘과, 하루를 마치고 잠든 존재들이 띄워 놓은 갖가지 꿈들은 지구 어디에서도 고개를 들면 볼 수 있는 똑같은 풍경이겠지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첫 페이지에서 인사를 건네던 아이의 눈은 어느새 스르르 감겨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잠결에 뒤척이던 아이의 비몽사몽 상상이었을까요?
잠이 감춰 둔 일기장 속 한 페이지였을까요?
하얀 고양이가 베고 자던 꿈 한 자락이었을까요?
잠은 어김없이 내일 다시 찾아올 테니, 그때 물어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