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지면서 글자와 친해져요
〈숨바꼭질 ㄱㄴㄷ〉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낱글자 모양으로 뚫린 구멍이다.
구멍은 오른쪽 페이지에 있을 때는 뒤에 깔린 검은 배경 때문에 ㄱㄴㄷ 낱글자를 분명하게 보여주지만,
왼쪽 페이지에 있을 때는 뒤에 깔린 다양한 동물의 특징 속에 숨어 버린다.
아이들은 구멍 때문에 그림이 변화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손으로 구멍을 만지게 된다.
그리고 공모전 심사위원인 앤서니 브라운과 한나 바르톨린이 추천한 것처럼 이 책의 교육적 효과는 ‘아이들이 구멍을 통해 글자를 만지면서 인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어도 좋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이나 그림이 있는 장면을 골라서 읽어도 좋다.
ㄱㄴㄷ을 순서대로 익힐 필요는 없으며, ㄱ의 발음을 정확히 [기역]으로 발음하지 못해도 괜찮다.
찬찬히 그림을 살펴보고 구멍을 통해 즐겁게 놀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이가 충분히 놀이를 즐긴 뒤에 글자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때 가르쳐 주어도 늦지 않다.
초등교사가 기획한 똑똑한 한글 그림책
《숨바꼭질 ㄱㄴㄷ》을 쓰고 그린 김재영 작가는 미술교육을 전공한 초등학교 교사이다.
저자는 영어 교육 열풍으로 인해 한글보다 영어에 더 익숙해져 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어린이들이 한글의 아름다운 형태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한글의 낱글자 모양과 닮은 동물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더불어 낱글자로 시작하는 동물뿐만 아니라 연관된 낱말들을 그림 곳곳에 숨겨 두어 숨바꼭질 하듯 찾아내는 재미를 주고자 했다.
예를 들어 부엉이의 ㅂ(비읍) 장면에서는 부엉이의 눈 모양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이것 역시 ㅂ으로 시작되는 의태어를 선택해 일관성을 준 것이다.
배경을 보면 밤송이가 눈에 띄는데 방금 전에 부엉이의 머리 위로 밤송이가 톡 떨어졌기 때문에 부엉이의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배경에 어스름하게 깔린 ‘밤’하늘,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ㅂ과 연관된 여러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부록 페이지에는 《숨바꼭질 ㄱㄴㄷ》의 활용법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