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의 빛나는 성취를 특별한 장정으로 만난다
최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자전적 소설 『흰』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
2024년 10월,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호명된 한강.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 수상이며 역대 열여덟번째 여성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점 또한 새로운 의미가 되었다.
한강 작가의 빛나는 성취를 기쁘게 축하하며 그의 30년 작품세계의 주요 마디가 되는 세 권의 소설을 특별한 장정으로 펴낸다.
흰 무명천에 수놓인 작품 제목을 형상화한 ‘한강 스페셜 에디션’의 디자인은,
연결되고, 얽히고, 끊어지고, 풀리는 실의 속성이 작가가 써내려가는 문장과
그 문장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세계와 닮은 데서 착안했다.
실을 잣는 것과 문장을 짓는 것은 얼핏 선형적 작업으로 보이나
그것이 삶과 죽음, 인간의 실존에 대한 내밀한 탐구에서부터
이 세계에 벌어지는 무수한 일들의 의미를 묻는 작업까지 아우를 수 있음을 담고 싶었다.
필연적으로 시간성을 띤 우리 삶 역시 그러하다고 덧붙이고도 싶었다.
소설 3종에 한정판 필사 노트를 더하였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 사슴』의 문장을 따라 쓰며 작품을 찬찬히 음미하는 시간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더없이 특별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한강 스페셜 에디션’의 첫번째 자리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놓는다.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린 최신작 장편소설로,
2023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
연이어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넘어 기억과 애도에 관한,
무엇보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보편적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작가는 메디치상 수상을 기념한 간담회에서
“이 책은 인간성의 아래로 내려가서 그 아래에서 촛불을 밝히는 이야기”라며
“그렇게 애도를 끝내지 않는,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런 마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모든 작가가 가장 최근에 쓴 책을 마음에 들어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최근에 쓴 책은 『작별하지 않는다』입니다.
이 책으로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라고 밝히며 이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전한 바 있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_‘작가의 말’에서
소설 『흰』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입김, 서리, 흰 뼈로 이어지는 목록들.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는,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아기.
그 아기가 죽은 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나’는 ‘달떡처럼 희고 어여뻤다는’ 언니의 죽음,
유태인 게토에서 벌어진 여섯 살 아이의 죽음과 공명한다.
흰 것들의 이미지는 숭고와 두려움을 동시에 뿜으며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서 고요히 빛을 발한다.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한 책”이라는 평과 함께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한강 작가는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흰』은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매우 개인적인 책으로 추천합니다”라고 밝혔다.
“어쩌면 아직도 나는 이 책과 연결되어 있다. 흔들리거나, 금이 가거나,
부서지려는 순간에 당신을,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었던 흰 것들을 생각한다.
나는 신을 믿어본 적이 없으므로, 다만 이런 순간들이 간절한 기도가 된다.”
_‘작가의 말’에서
『검은 사슴』(1995)은 한강 작가가 1993년 등단 후 꼬박 3년간 집필에 몰두해 완성한 첫 장편소설로,
치밀하고 빈틈없는 서사와 깊은 울림을 주는 시적인 문장들로
출간 당시 “한 젊은 마이스터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문학평론가 서영채)는 찬사를 받았다.
어느 날 한낮의 도심에서 발가벗은 채 도로를 달려나가던 한 여자가 사라지고,
그녀를 알고 있는 두 남녀가 몇 가지 단서만 손에 쥔 채 그녀를 찾아나선다.
『검은 사슴』은 그 여정에서 각자가 대면하게 된 저마다의 깊은 심연을 음울히 비춘다.
다시 세상 밖으로 돌아나오지 못하더라도
심연 속으로 발을 내딛는 인물들의 여정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어둠이 아닌 빛을 따라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말과 침묵, 어둠과 빛, 꿈과 생시, 죽음과 삶, 기억과 현실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사이에만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안팎으로 둘러싸며 가득차 있다.
내 말들이 그 공간을 진실하게 통과해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캄캄한 흙속을 비집고 내려간 흰 뿌리처럼, 어둠과 빛의 한 몸뚱이를 잎사귀까지 길어올릴 수 있기를 빌었다.”
_1995년 초판 ‘작가의 말’에서
■한강 스페셜 에디션 디자이너 코멘트■
한강 작가님의 책을 하나의 시리즈로 엮어낸다고 상상했을 때, 실로 이어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이어주고 연결하는 매개가 됩니다.
영롱하게 빛나던 자수 실이 한 땀 한 땀 엮여 글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님의 작품이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랍니다. _디자이너 김이정
목차
『작별하지 않는다』
1부 새
1 결정結晶
2 실
3 폭설
4 새
5 남은 빛
6 나무
2부 밤
1 작별하지 않는다
2 그림자들
3 바람
4 정적
5 낙하
6 바다 아래
3부 불꽃
작가의 말
『흰』
1장 나
2장 그녀
3장 모든 흰
해설|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_권희철(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검은 사슴』
꿈
나신의 여자
늙은 개
흉터
그의 누이
폐광의 겨울
검은 사슴
그믐밤 국도
흰 복사뼈
어둠의 땅
천국의 대합실
연 지는 골짜기
침묵의 빛
약초꽃 피는 때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에필로그 · 어둠강 저편
해설|끈질기게 따라가서 마침내 _백지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