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장.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
2장. 완벽한 고독이 건네는 위로
3장.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4장.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5장.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
6장. 예술가들도 메트에서는 길을 잃을 것이다
7장.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8장. 푸른색 근무복 아래의 비밀스러운 자아들
9장.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이해하려고 할 때
10장. 애도의 끝을 애도해야 하는 날들
11장. 완벽하지도 않고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
12장. 무지개 모양을 여러 번 그리면서
13장.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책소개
★ 2024년 대한민국 3대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 ★
★ 평론가 이동진 선정 ‘올해의 책’ ★
★ 아마존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했다”
상실의 고통으로 삶이 무너진 순간
가장 경이로운 세계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우리는 때때로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원하는 대로 삶의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야심만만한 젊은이였던 패트릭 브링리도 그랬다. 대학 졸업 후 《뉴요커》에 입사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고층 사무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자신의 인생이 그대로 수직 상승해 언젠가는 ‘빅 리그’로 올라가리라 여겼다.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어느 날, 누구보다 똑똑하고 배려심 깊던 형 톰이 젊은 나이에 시한부 암을 진단받고 세상을 떠난다. 의지했던 형의 투병과 죽음을 겪으며 브링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그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다.
그러던 그는 형의 장례식을 마치고 문득 어머니와 미술관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침묵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여 슬픔과 달콤함이 허용되는 미술관. 전시실 한 구석에 조용히 서서 관람객들을 지켜보는 경비원. 마침내 브링리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그저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2008년 가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연 70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길어 올린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진정한 의미
‘세계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연 700만 명의 관람객을 자랑한다. 이 거대한 미술관에서 매일 여덟 내지 열두 시간씩 최소한의 기척으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경비원 일은 저자가 뉴욕 한복판 마천루 숲에서 치열하게 일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브링리는 매일 아침 관람객들이 입장하기 전 고요한 전시실에서 벽에 걸린 작품들을 바라보다가 렘브란트나 보티첼리를 만난 듯 강렬한 몰입을 체험하기도 하고, 고통의 순간을 포착한 베르나르도 다디의 회화를 마주하고는 냉혹하고 가슴 저미는 처연함을 떠올린다. 그런가 하면 미켈란젤로의 특별전에서는 천재 조각가가 여든의 나이에 그린 소묘를 바라보며 부단한 근면함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메리 카사트의 다정함이 넘치는 그림에서는 “햇살에 젖은 것 같은” 알 수 없는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저자는 너무나도 장엄하거나, 아름답거나, 혹은 비통한 순간을 묘사한 거장들의 작품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며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순간’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저자의 사색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은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며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것”임을,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며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아름답고 거대한 미술관과 그곳을 채우는 작품들,
그리고 그 공간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트 있고 공감 가는 연대기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것은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함께 미술관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큐레이터, 보존 연구가, 페인트공, 공조 전문가, 운반 전문가 등 2천여 명의 직원들이 상주한다. 그중에서도 스스로를 ‘보안 예술가’라고 부르는 600여 명의 경비원들은 큐레이터나 보존 전문가들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전시된 작품 곁을 지키는 이들이기도 하다. 브링리가 만났던 경비원 동료들은 대체로 엘리트 사립학교를 나와 비슷비슷한 이력을 지녔던 《뉴요커》의 동료들과 확연히 달랐다. 암살 위협을 겪고 미국으로 망명한 이민자 출신 동료, 보험회사에서 20년간 일하다가 잊었던 꿈을 떠올리고 경비원이 된 동료, 문학가로서 등단을 꿈꾸는 동료, 벵골만에서 구축함을 지휘했던 동료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배경을 지닌 이들이었다. 저자는 이처럼 짙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동료들과 작은 인사를 건네고, 부탁하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형을 잃고 마음속에 자리 잡은 커다란 구멍이 조금씩 채워지는 것을, 사라졌던 삶의 리듬이 회복되는 것을 느낀다.
이밖에 시끌벅적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휴관일의 풍경, 다양한 유형의 관람객들과 있었던 흥미로운 에피소드, 한 편의 영화 같은 예술품 도난의 역사 등이 저자의 위트 있는 문체로 펼쳐지며 독자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삶은 휘청거리고 삐걱거리면서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지독한 슬픔과 무기력을 내려놓고
다시 일어나 걸어갈 용기에 대하여
언젠가부터 브링리는 자신이 더는 고요하고 정돈된 세계를 원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과거와는 달리 여전히 살아나가야 할 삶이 있고, 그 방향키는 스스로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다. 현실의 세상은 예술 작품처럼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고 때때로 인생은 우리에게 폭군처럼 무자비하게 군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며, 형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인생과 예술, 다시 나아갈 용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매력적인 에세이는 깊은 사유와 위로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커다란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