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Odyssey Two
* 2061: Odyssey Three
* 3001 The Final Odyssey
금세기 최고의 SF작가를 꼽으라면 순위변동은 있을지언정 두 사람임에는 불변입니다. ‘로봇’과 ‘파운데이션’의 Isaac Asimov와 《2001: A Space Odyssey》의 Arthur C. Clarke입니다. 두 사람으로 인해 현대 SF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Robert Heinlein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조금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두 사람과 비교하면 한 걸음 살짝 뒤쳐지는 건 사실이니까요) Asimov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지금 소개하는 책은 너무나 유명해서 두 번 말하면 잔소리가 될, 위대한 SF 작가이자 철학자 Arthur C. Clarke의 《Odyssey 4부작》입니다.
《Odyssey 4부작》이지만 Arthur C. Clarke은 처음에는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Stanley Kubrick 감독이 영화화한 1부 《2001: A Space Odyssey》와 16년 후 Peter Hyams 감독이 제작한 2부 《2010: Odyssey Two》, 그리고 제3부인 《2061: Odyssey Three》까지 합쳐서 ‘Monolith 3부작’이라고 불립니다.
4부인《3001 The Final Odyssey》는 모든 이야기를 맺는 작품으로, 아쉽게도 국내에는 번역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SF 매니아가 직접 번역하고 제본해서 100부를 SF 동호인들에게 한정 발매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호응이 대단했던지 지금도 그 번역본을 찾아 헤매는 매니아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후문이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실, 읽을 능력만 된다면 Arthur C. Clarke의 작품은 원서를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의 철학과 더불어 단어가 가진 뉘앙스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노리스 3부작에, 국내 번역이 되어 있지 않아 숱한 SF 매니아들이 목을 매고 있는 4부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Arthur C. Clarke의 《Odyssey 4부작》은 소장가치가 철철 흘러 넘쳐서 수십 질을 집에 재어두고 있다가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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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 관계로, 리뷰는 여기까지만 읽어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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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hur C. Clarke의 《2001: A Space Odyssey》와 《Odyssey 4부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천재 영화감독 Stanley Kubrick을 함께 언급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Odyssey 4부작》은 Stanley Kubrick으로부터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당초 Kubrick이 영화로 만들었던 Clarke의 원전은 '파수(The Sentinel)'였습니다. 영화화 이후 엄청난 인기와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후 Clarke이 장편으로 다시 썼습니다.
그럼 영화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한 유인원이 Monolith 앞에서 동물의 뼈로 바닥을 사정없이 내려치고 있습니다. 그 뼈는 유인원의 손을 벗어나 하늘로 날아오르고, 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우주선 Discovery호가 우주를 유영하는 모습입니다.
이 영화가 발표된 1968년 이후,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작품에서 오마쥬, 패러디를 할 정도로 인구에 회자가 되는 정말 굉장한 장면인데요, Monolith를 두고 흔히 외계 생명체의 문화 집적 도구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지구문명은 외계생명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암시가 됩니다. (문득, 톰 크루즈, 존 트라볼타 등이 믿는다는 Scientology敎가 생각나네요) 이는 상당히 중요한 암시의 역할을 합니다.
이 때 흐르는 곡이 바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인데요, 웅장한 클래식 음악이 영화에서 이렇게 쓰일 줄은 아무도 몰랐고, 더군다나 Discovery호의 유영하는 모습이 너무나 어울렸기에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시 세간의 반응은 거의 쇼킹과 패닉 그 자체였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에 하나가, 영화가 개봉한 이후 클래식 음악이 Billboard Top40 안에 진입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카라얀이 직접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푸른 도나우강’도 쓰였으며, Discovery호가 목성 주위를 떠돌 때는 Requiem이 흘러나옵니다. 이 영화 이후 너무나 광활하기에 두려운 우주라는 공간을 표현할 때는 레퀴엠이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결국 지나친 기술의 발달이 비인간화를 가속화시켰으며, 오히려 컴퓨터가 인간적인 감성을 지니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너무 압축해서 설명하다보니 인간과 기계의 대립구조로 비춰졌는데, 영화가 보여준 엄청난 철학적 사고는 실로 깊습니다. 서양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인 윤회사상이 녹아있으며, 신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과 고민이 담겨져 있습니다.
영화가 현실에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합니다. 10년 후 당장, 목성탐사에 쓰인 NASA의 우주비행선의 이름이 Discovery호였으며, Arthur C. Clarke이 개념을 창시했던 위성망 방식은 현재 인터넷 서비스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화상에서 선보였던 음성인식 장치와 화상전화, 우주 정거장은 이미 상용화되었거나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영화에서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비록 터무니없는 공상과학이, 거의 대부분 현실화되고 실용화되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졌는가 하면, Clarke과 Kubrick이 미래를 예측했다기보다, 사람들이 영화에서 선보인 기술을 현실화했다는 뜻이 됩니다. 즉, 상상의 준거가 된 셈입니다.
영화 속에 나타난 패러다임과 철학은 책에서 더욱 잘 나타나있습니다. 2부인 《2010: Odyssey Two》에서는 컴퓨터인 HAL이 왜 반란을 일으켰는지, 근본적인 원인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2부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Peter Hyams 감독이 속편으로 만들어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만, 1편 격인 《2001: A Space Odyssey》가 워낙에 대단하다보니 흥행성적만큼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습니다. 잘난 형과 비교 당하는 동생의 심정이었을 겁니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찾아보겠다는 분이 있다면, Arthur C. Clarke과 Stanley Kubrick이 까메오로 출연하고 있으니 놓치지 말고 찾아보는 재미를 누리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팁이 참 많습니다. 반란을 일으킨 컴퓨터의 이름이 Hell과 비슷한 발음의 HAL인데, 알파벳의 순서로 이름의 유래를 유추해보면 IBM이 됩니다.
마치 네버엔딩스토리를 엮어 가는 느낌인데, 《Odyssey 4부작》이 그만큼 대단하고 위대하기 때문일 겁니다. 위대한 고전은 곁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그러한 마음을 충족시킬 SF 걸작 《Odyssey 4부작》입니다.
+ 탐 행크스가 3, 4부를 영화화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걸작 시리즈의 영상적 완결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