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종이 위에 아름답게 스며든 희망의 색과 그리움의 색
논밭이 펼쳐져 있는 너른 벌판, 노송과 능수버들이 울창한 숲.
논에서는 뜸부기가, 숲에서는 뻐꾸기가 우는 수원 화성 장안문과 화홍문 사이 마을에 문학과 음악을 즐기는 한 소녀가 살았다.
소녀는 서울 쪽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시를 썼다.
불과 열두 살의 나이로 「오빠 생각」시를 발표한 최순애 시인이다.
이 그림 동화에서 나오는 순이가 바로 최순애 시인이고, 홍이는 둘도 없는 순이의 단짝이다.
살구꽃이 만발한 나무 아래에서도 꽃망울이 톡톡 피어나고 있는 사과나무 아래에서도 순이는 오빠 생각 뿐이다.
그리운 오빠 생각에 기운이 없는 순이에게 힘을 더해주는 건 단짝인 홍이. 순이는 오빠 생각을 애써 뒤로하고
언젠가 오빠에게 들은 이야기 속 장소들을 홍이와 함께 찾아 나선다.
수원 화성과 광교산을 배경으로 두 소녀의 여정은 그림과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다.
토끼와 노루가 물을 마시러 온다는 신비한 약수터를 향하는 힘찬 발걸음은 희망의 색으로 지면이 가득 채워진다.
하지만 끝내 희망을 이루지 못하고 두려움에 쫓기듯 내려오는 아이들의 잰걸음은
당시 스러져가는 조국의 암담한 상황을 은유하듯 소멸의 색으로 뒤덮인다.
특히 이 책은 원작 시의 의미를 살려 이야기를 시처럼 음미할 수 있도록 지면에 그림과 여백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독자들은 그 여백에서 오빠를 그리는 여동생의 짙게 스며든 눈물방울을,
나아가 소중한 이를 그리는 수많은 이의 눈물방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