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현업 방송작가로 활동하는 이글랜차일드님이 방송원고로 사용했던 글이며, 리뷰에 맞게 수정 편집했습니다.》
선생님의 뜻을 글자 그대로 풀면 먼저 살아가는 사람이죠. 앞서 살았던 지혜로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인데요, 사회경험이 일천한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전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란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언제나 학생의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죠. 남들이 보기에는 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 그렇게 비치는 인물입니다. 학교라는 조직과 형식을 무시하고 오직 학생들만 생각하면서 가르치다보니까 이상하게 보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것들이 학생들을 위해서였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아무튼, 선생님은 사회에서 만나는 부모님 역할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도 나왔을 거예요. 이런 좋은 선생님은 참 많지만 평생 가슴에 새겨두고 스승으로 모실 분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요, 그래서인지 키팅 선생님 같은 분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기입니다.
이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곳은 미국 북동부의 뉴잉글랜드에 있는 ‘웰튼’이라는 사립귀족고등학교입니다. 이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의사, 변호사, 정치가, 교수 등 미국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는데요, 당연히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이 학교에 넣지 못해서 안달이 났고요, 학생들은 학교에서 쫓겨나는 걸 인생의 낙오자처럼 생각을 할 정도인데요, 그런 만큼 규율이 엄청나게 센 편입니다.
‘에단 호크’가 연기하는 ‘토드’는 학기 중간에 편입해오는 소심한 학생인데요,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서 억지로 학교에 다니고는 있지만 그렇게 마음 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형이 이 학교 졸업생인데, 학교 최고의 우등생이어서 사사건건 비교가 됩니다.
이러한 토드와 비슷한 시기에 학교에 부임해오는 선생님이 있는데요, 이 영화의 주인공격인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하는 존 키팅입니다. 키팅 선생님도 바로 이 웰튼학교 졸업생인데요, 첫날 첫 수업부터 굉장히 파격적으로 진행을 해요. 교과서를 찢어버리면서 이 모든 건 쓰레기라고 외치는데요, 그러면서 시 본연의 소리를 들으라고 외치죠.
또한 명문대학 입학을 위해서 배우는 죽은 지식을 끌어안고 있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던지는 말이 그 유명한 ‘Carpe Diem'이에요.
그리고 “시가 흐르는 교실을 만들자”면서 자신이 학창시절에 읽었던 시를 알려주는데요, 가뜩이나 억압된 학생들에게 얼마나 파격적이고 충격적으로 다가왔을까요. 토드를 비롯한 7명의 학생들이 시 낭송모임을 만들고 선생님의 말처럼 살기 시작합니다. 한밤중에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와서 위대한 작가들의 시를 읽기도 하고요, 가벼운 일탈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7명의 학생 중 한 명이 자신의 뜻과는 반대로 강압하는 부모님에 항의하면서 자살을 택하고 말아요. 학교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을 텐데요, 이 모든 책임을 지고 키팅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학생들은 떠나는 선생님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책상위로 올라가는데요, 그리고 외치는 말이 “O Captain! My Captain!”입니다. O Captain! My Captain!은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의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링컨 대통령의 암살을 애도하면서 지은 시인데요, 영화에서는 키팅 선생님이 이 시를 알려주면서 갑자기 책상 위로 뛰어 올라가버리죠. 학생들은 그걸 고스란히 이어받아서 나도 선생님의 뜻대로 학교의 부속품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살겠다, 이런 의지를 드러낸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Dead Poets Society》의 번역제는 《죽은 시인의 사회》인데요, 영화 제목을 잘못 번역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Society는 ‘사회’가 아니라 ‘비밀결사’ 이런 뜻도 있는데요, 중국 국민당 산하의 비밀결사를 ‘남의사(藍衣社)’라고 하는데 영어로 하면 Blue Shirts Society입니다. ‘파란 옷의 비밀결사’ 이런 뜻으로 사용된 거죠. 따라서 Dead Poets Society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아니라 ‘Dead Poets 비밀결사’ 또는 ‘Dead Poets 모임’ 이렇게 번역이 되어야 맞아요. 영화 내에서도 그렇게 사용되었는데요, 키팅 선생님이 학창시절에 직접 만들고 몸을 담았던 시 낭송 비밀클럽의 명칭이 ‘Dead Poets Society’이고요, 웰튼 스쿨의 학생들이 그 명칭을 그대로 이어받은 거죠.
존 키팅 선생님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로빈 윌리엄스입니다.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연기파 코미디 배우인데요, 일반적으로 코미디 배우라고 하면 연기력을 조금 의심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로빈 윌리암스는 엄청난 연기력을 발휘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스토커》나 《인썸니아》에서처럼 코미디가 아니라 무서운 연기를 할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거든요.
그런데 존 키팅 역할에 처음부터 로빈 윌리엄스가 거론된 건 아니라고 하죠. 빌 머레이, 더스틴 호프만, 리암 니슨.. 이런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는데요, 피터 위어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로빈 윌리엄스에게 돌아갔다고 합니다.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둔 후에 더스틴 호프만은 자신보다 훨씬 잘해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도 자기가 학교 다닐 때 이런 선생님을 원했다면서 그래서 더욱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요, 아무튼 이런 로빈 윌리엄스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하늘의 별이 됐네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