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 작성자 이글랜차일드
Paul Auster의 작품은 대체로 하나의 내러티브만 가지로 흘러가는 법이 없죠. 두 개도 모자라 세 개, 네 개씩 겹치는 내러티브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주제를 강조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진행시키려면 일단 작가가 똑똑해야겠죠? ^^; 농담 섞인 진담이고요…… 여하튼 몇 개나 되는 내러티브를 전개하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일관성으로 주제를 중첩시켜 보여줍니다. 정말 굉장한 능력이죠. 그중에서도 《Oracle Night》는 백미라고 할 법한데요, 무려 네 개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주인공 Sydney Orr는 어느 날 우연히 산책을 나갔다가 필기구를 파는 가게에 들르게 됩니다. 거기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파란 노트를 발견하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는데, 그 소설의 주인공이 Nick Bowen입니다. Nick Bowen은 또 책 안에서 Sylvia Maxwell의 글을 읽는데요, 그 책의 제목이 'Oracle Night'입니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Oracle Night의 주인공으로 Lemuel Flagg이 등장하죠.
어릴 때 교과서에서 배운 《등신불》만 해도 액자구성이다 뭐다 해서 골치 아프게 했는데 이건 뭐 액자에 액자에 액자가 등장하니 오죽할까요. (여기에 한 가지 이야기가 더 있다는 게 함정)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한데 엮어서 독자를 휘감아 버리고 맙니다.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반복된 우연이 필연이라는 무게를 얹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아…… 정말,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