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엄선한 멜빌의 단편 소설은 기원이 없는 순수한 인간 바틀비를 통해 근대적 이상 세계를 비판한 「필경사 바틀비」(1853)와
순수한 선원 빌리 버드를 통해 계몽주의적 이념을 비판한 「선원 빌리 버드」(1924)이다.
멜빌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해양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19세기 중반 미국 사회의 대중적 관심사를 반영한 해양 모험담 『타이피』(1846)와 『오무』(1847)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멜빌이 심혈을 기울여 1851년에 발표한,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 신화적 주제를 천착한 장편 소설 『모비 딕』은 대중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멜빌의 새로운 예술적 열망에 영감을 준 것은 너새니얼 호손과의 교류였다.
형이상학적이고 상징적 경향이 강한 호손의 영향으로 멜빌은 신기한 풍물과 모험 이야기를 버무려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는 대신 독창적이고 새로운 자기 세계를 구축하였고,
이를 단편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고스란히 반영한다.
멜빌은 익명으로 2회에 걸쳐 《월간 퍼트넘》에 「필경사 바틀비」를 발표했고,
1924년 유고작 『빌리 버드』가 출간되면서 그의 문학성은 다시 주목받는다.
이후 20세기 중반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재평가 과정에서 멜빌은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자리매김했다.
목차
필경사 바틀비 7
선원 빌리 버드 77
작품 해설 249
작가 연보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