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으로 사랑받는 오페라의 줄거리를 보면 대부분이 비극적인 사랑입니다. 여주가 남주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아버지나 오빠가 그와의 사랑을 반대하거나 다른 남자와의 혼사를 마음대로 추진하면서 벌어지죠.

자신의 결혼문제를 가족이 결정하려는데 거부하면 그만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여성은 가부장의 재산 정도로 취급되었고요. 실제로 중세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지 확장에 기여한 것이 결혼동맹인데요, 딸, 여동생, 손녀의 결혼을 영지 획득의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사실 유럽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삼종지도 三從之道라고 해서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 후에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가르쳤고요. 근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여성은 의사나 법률가와 같은 전문직에 종사할 수 없는 등 직업 선택의 자유조차 없었습니다.

이에 19세기 중엽의 여성들이 성별과 재산과 지위에 상관없이 차별을 벗어나 평등한 투표를 하겠다며 참정권 획득을 위해 싸우기 시작하는데요, 말이 아니라 실력행사에 나선 이들이 바로 ‘Suffragette’입니다. 무려 61년간 지속되었던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영국에서는 1928년에 21세 이상 모든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죠.

2020년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작인 《Suffragette: The Battle for Equality》는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까지 전 세계의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싸워온 이들의 역사를 기록한 그림책인데요, 카툰 같이 경쾌한 일러스트로 투쟁의 역사를 너무 심각하지 않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전체 128페이지로 분량이 상당한 편이며, 25x31cm의 판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