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한 소녀는 드럼을 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1930년대의 쿠바에서는 여성이 드럼을 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소녀는 사람들 몰래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며 연습했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드러머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쿠바 최초의 여성드러머 밀로 카스트로 잘다리아가 Millo Castro Zaldarriaga의 삶을 담은 그림책 《Drum Dream Girl》입니다. 시원한 쿠바 음악이 들리는 듯한 그림책이고요.

밀로 카스트로 잘다리아가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습니다. 시대적 분위기상 여성에게 드럼을 맡기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당시 인종적으로도 Chinese-African-Cuban이어서 멸시받던 상황입니다. 이런 시절에 밀로 카스트로 잘다리아가는 여성으로만 이뤄진 밴드 Anacaona를 결성해서 인기를 얻고 백악관 공연 등 최정상에 이르게 되는데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운 당당한 여성이라고 하겠죠.

쿠바혁명이 벌어져 문호가 닫히기 전까지 쿠바 음악은 북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는지는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파리 텍사스》의 음악감독 Ry Cooder가 쿠반뮤직 전성기의 흔적을 쫓아 쿠바로 가서, 당대 최고의 뮤지션이었던 이들을 모아 앨범을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죠. 연출도 《파리 텍사스》의 빔 벤더스 Wim Wenders 감독이고요.
(아시다시피 이 앨범은 단 6일간의 녹음으로 완성했으며, 그래미상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상을 석권했습니다)

밀로 카스트로 잘다리아가는 이런 시기에 정점에 선 인물이지만, 안타깝게도 구글링을 해도 그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Drum Dream Girl》은 바로 이런 인물을 발굴한 그림책인데요, 그 공을 인정받아 2년마다 한 번씩 라틴계 작가와 작품에 수여하는 푸라 벨프레 상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