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생활 터전, 나날의 모양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를 이어가는 숭고한 연대기
아버지가 갈고 닦은 외딴섬에서 12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마타이스는 엄마와 아빠, 누나와 형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삶의 방식을 배워 나간다.
땅을 갈아 씨앗을 심고, 가축을 돌보고 낚시를 하는 나날의 노동을 경험으로 체득한다.
섬 너머의 세상이 궁금한 마타이스는 다 자란 형들을 따라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선장이 되어 바다를 종횡무진 누빈다.
경이롭고 놀라운 도시를 경험하면서도 마타이스는 늘 티베츠섬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섬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마타이스의 아버지가 가족들이 살아갈 삶의 터전을 일군 외딴섬은 가족의 성을 따 ‘티베츠섬’이라고 불린다.
나이 든 부모님마저 육지로 떠나고 텅 빈 섬으로 돌아온 단 한 명의 소년 마타이스는 그곳에서 다시 삶을 꾸려 나간다.
아버지가 했던 대로 땅을 일구고, 집을 가꾸고,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
그다음 태어난 손자 마타이스는 할아버지 마타이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렇게 말한다.
"나도 이다음에 커서 선장이 될래요. 그리고 섬에 다시 돌아와 살 거예요."
꼬마 마타이스는 할아버지 삶의 방식을 오롯이 답습한다.
한 생이 끝나도 다음 생이 삶의 방식을 이어가며 섬의 역사는 끝나지 않는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이고 좋은 삶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바라 쿠니는 『나의 작은 섬』을 통해 삶의 아름다운 선순환을 그린다.
계절이 오고 가듯이, 파도가 밀려왔다 가듯이 사람이 떠나고 돌아오고, 삶이 마감하고 또 시작되는 모습을 하나의 연대기로 완성해 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각자의 삶을 지켜나가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숭고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바바라 쿠니가 생의 마지막 즈음에 완성한 이 책은 그림책 대가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나간 시절의 풍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맑고 투명한 그림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은둔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이야기를 담은 『에밀리』,
19세기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목가적인 풍경을 담은 『달구지를 끌고』,
화가였던 어머니의 삶을 그대로 녹여 낸 『해티와 거친 파도』 등 바바라 쿠니는 지나간 시대의 풍광을 그대로 그려 낸 작가로 유명하다.
지나간 시간은 바랜 사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빛깔에서 나온다고 믿었던 바바라 쿠니의 철학에 메인주의 풍경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가문비나무, 창밖을 지나는 돛과 발밑의 이끼까지 메인주의 모든 풍경을 사랑했던 바바라 쿠니는
자연에서 마주한 색깔들을 팔레트 삼아 『나의 작은 섬』에 모두 구현해 냈다.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하늘과 여러 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바다, 그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독자를 모르는 시절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겪어 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삶의 방식과 모습을 전한다.
『나의 작은 섬』은 바바라 쿠니가 자신의 밑바탕을 만들어 준 메인주를 기억하는 방식이자,
자연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의 바탕 위에 쌓아 올린 아름다운 풍경 자체로 빛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