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긋지긋할 만큼 쓰인 단골소재 중에 하나가 기억상실이죠. 주인공이 기억상실에 걸리면 “또야?”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는데요, 하지만 인기를 끄는 작품은 언제나 따로 있어요. 같은 이야기라도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는 건데요, 당연히 필력탓입니다. 그렇다면 《The Husband's Secret》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은 Liane Moriarty가 기억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까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요? 바로 《What Alice Forgot》입니다.
얼핏 판타지스럽지만 판타지가 아닌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마흔 살 생일을 앞둔 서른아홉 살의 Alice는 아이가 셋이며 남편과는 이혼소송 중에 있고 자신은 애인도 있습니다. 친언니 Elizabeth와는 왕래도 잘 하지 않을 정도로 소원한 상태인데요, 어느 날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머리를 다치게 되고 병원으로 실려 갑니다. 그리고 Alice는 서른아홉 살이 아니라 막 임신을 했던 10년 전인 스물아홉 살의 기억으로 가지고 깨어납니다. 그렇다고 과거로 되돌아간 건 아닙니다. 현실은 서른아홉인데 자신의 정신만 스물아홉인 거죠. 10년이라는 세월이 소거된 상황, 이 혼란함을 어떻게 해결하려면 남편과 친언니에게 기대야 하는데요, 자신의 기억과 달리 그들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대략 난감!
조각난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가 《What Alice Forgot》인데요,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법한 내용이고요, 그것이 터지는 웃음과 함께이기에 더욱 즐겁습니다. 왜 Liane Moriarty가 사랑받는 작가인지 알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