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소년 Jackson과 그의 가족에게 불행이 닥쳤다. 먹을 것은 물론 집을 빌릴 돈도 없어 미니벤에서 온 가족이 함께 산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여동생까지. 건설 노무자인 아버지는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고, 중학교 음악교사인 엄마는 생계를 위해 한 꺼번에 세 가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럼에도 굶주린 동생을 배불리 먹이질 못한다.
모두가 불행에 빠져 이겨낼 방법을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Jackson의 앞에 Crenshaw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나타났다. 이 고양이는 4년 전에 그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덩치가 자신보다 큰 솔직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다. 온 식구가 노숙자가 되어 살기조차 힘겹다 싶을 때 나타났으니, 이것 참 공교롭다.
데뷔작인 《The One and Only Ivan》로 뉴베리 메달을 목에 건 Katherine Applegate의 새로운 작품 《Crenshaw》입니다. 전작이 우리에 갇혀 지내던 고릴라가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거대하고 매력적인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그렇게 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노숙자의 고된 삶에 관해서입니다.
전반적으로 유머가 가득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고양이를 통해서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어두운 면을 직시하는 눈이기도 합니다. 가난 때문에 집을 잃고 친구를 잃고 학교마저 떠나야 하며 끝내 생존을 위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 등 힘겹게 살아가는 노숙자의 생활이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매력적인 문장으로 전하는 사회의 부조리, Katherine Applegate가 왜 사랑받는 작가인지를 깨닫게 해 주네요.
photographed by 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