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ocolate War》의 저자 Robert Cormier는 미국 청소년문학의 거장이죠. 청소년문학은 대체로 권선징악으로 흐르고 계몽과 계도를 목적으로 한 교육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아니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죠. 그래서 청소년 문학 자체를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상당히 많은데요, Robert Cormier는 《After the First Death》는 그 범주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입니다. 헐리웃 블로버스터 영화만큼 서스펜스로 가득하면서 그 안에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한 소년이 조국 해방을 위해 스쿨버스를 납치하라는 임무를 받는데요, 그 시작은 운전기사를 해치우라는 명령입니다. 부단히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쉽게 성공하리라 생각했지만 운전기사는 중년의 아저씨가 아니라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아름다운 또래의 금발머리 소녀입니다. 금발머리 소녀는 삼촌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이 사건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게 됐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또래의 테러리스트의 마음을 이용해 살아남고자 합니다. 이런 가운데 인질범과 스쿨버스의 학생 한 명이 각각 죽게 되는데요, 그 상황에서 네고시에이터로 또 다른 십대 소년이 등장합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생각과 신념으로 행동하려 하지만, 그 신념은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휩쓸려 사정없이 나부낍니다. 또한 국가와 가족마저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서 애쓸 뿐입니다. 마지막 결말은 놀라운 반전으로 막을 내리는데요, 그야말로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서스펜스로 가득한 심리 스릴러에 이토록 강렬한 주제의식과 철학이 담겨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Robert Cormier는 정말 대가임이 분명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