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그림을 접해본 이들은 당연히 중얼거릴 '아! Pagni!'
그것이 책의 제목보다도 더 눈에 띄는 Pagni의 강렬한 일러스트의 힘이다.
포스터, 광고, 잡지 커버, 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명한 색깔을 내보이고 있는 그의 일러스트는 어떻게 보면 선동적이리만치 강렬히 심장에 전달되는 무엇인가가 있다.
굵직한 그림체, 교련책의 삽화를 연상시키는 사람의 실루엣, 두터운 라인, 도장을 쾅쾅 찍어놓은 듯 포인트가 되는 문양들. 특히나 그의 색채는 매우 특징적이다. 낮은 채도가 베이스가 되어 무채색과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일관성이 있으면서도 다양하다.
제목인 futebol = football을 읽어내고는 대체 이 책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 페이지부터 난삽하게 배열된 다양한 축구공이 눈에 띈다. 뒤쪽에는 여러 국가의 국기와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다. 선수들의 경기 모습, 심판과 골키퍼의 재미있는 자세, 여러가지 공들, 갖가지 프린트가 찍힌 유니폼들이 뒤를 잇는다. 책의 앞뒤는 선수들의 이름과 사진, 소속 축구팀과 로고로 이루어진 재미있는 축구카드들이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 이 작고 가벼운 페이퍼백은 단지 축구가 아니라 '2002년 월드컵'을 주제로 하고 있다. 마침, 2002이다. 한국인이라면 물론 잊을 수 없는 바로 그 월드컵이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다른 의미로 자리매겨진 2002년 월드컵임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2002년임을 생각하고 다시 한번 그림들을 보자. 분명 우리 가슴 한켠에 각인된 무엇과 일치하는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리뷰: textdog -
photographed by 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