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 작성자 이글랜차일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유럽사회는 그야말로 혼란과 혼돈의 시절로 점철됩니다. 독일이 프랑스와 러시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면서 러시아는 전쟁의 포화로 비명을 질렀고, 러시아 군중들은 죽어가야만 했습니다. 4년에 걸친 전쟁으로 러시아는 황폐화되지만 여전히 로마노프 황가는 건재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1918년, 러시아혁명이 일어나면서 제정러시아 시대는 종언을 고합니다.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황비 그리고 그의 자녀들 모두 성난 군중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바로 비운의 황녀라고 불리는 Anastasia입니다. 니콜라이 2세에게는 모두 네 명의 딸이 있었으며 처형될 당시 Olga 19살, Tatiana가 17살, Maria가 15살이었으며, 막내딸 Anastasia는 13살에 불과했습니다.
Sarah Miller의 《The Lost Crown》는 바로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을 보냈던 네 명의 소녀 Olga, Tatiana, Maria 그리고 Anastasia를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역사소설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순간부터 제정 러시아가 몰락하는 순간을 네 명의 황녀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내용인데요, 황실의 화려한 연회와 황녀들의 로맨틱하고 따뜻한 감성 그리고 황가의 부패와 시대적 혼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서정성이 가득한 필치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응? Anastasia는 죽음을 피하지 않았나? 하고 의문을 가진 사람도 많을 텐데요, 물론 그런 사실도 있습니다. 2년 후인 1920년에 베를린에서 Anna Anderson이라는 여자가 나타나 자신이 Anastasia라고 주장했는데요, 이 사건을 배경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탄생했죠. 그녀는 미국으로 이주해 죽을 때까지 자신이 Anastacia라고 주장했지만 DNA 감식결과 아닌 걸로 판명됐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 있는 것은 있습니다. 황제의 일가 중 죽은 사람은 11명이지만 유해는 9구에 불과했으며, 사라진 2구의 시신은 황태자 Aleksei와 Anastasia라고 합니다.
어찌됐건 Sarah Miller의 《The Lost Crown》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최후를 한 편의 장대한 영화처럼 되살려 놨는데요, 역사성에 서정성까지 더해진,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해도 부끄럽지 않은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