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릴 때 한두 번쯤은 10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하이틴로맨스를 읽어봤을 겁니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마냥 설레던 그 시절을 돌이켜본다며 어찌어찌 구해 다시 펼쳐보는데, ‘이거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사랑이 전부라고 믿기에는 세상을 너무 많이 알게 된 거죠.
사회인으로서 치열한 삶과 성인 여성의 성(性)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오가는 그런 책은 없을까요?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와중에 가슴이 뛰는 연애도 해야 하는 젊은 미혼여성들의 고군분투기, Chick-lit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Chick-lit은 젊은 여성을 뜻하는 속어 Chick과 문학(Literature)의 줄임말 Lit의 합성어로,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한 일종의 소설장르입니다.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20대와 30대 미혼여성의 일과 사랑을 주제로 삼는데요,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모았던 ‘Sex and the City’ ‘브릿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가 대표적입니다.
저자 Sophie Kinsella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쇼퍼홀릭(Confessions Of A Shopaholic)》과 《워커홀릭》의 저자로, 그녀의 글에 빠진 사람들은 ‘소피홀릭’이라고 말을 할 정도로 상당히 중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매력은 《Twenties Girl》에서도 여전한데요, 책장을 넘기는 내내 어깨를 들썩이면서 웃다가도 마지막장을 넘길 때는 눈가가 괜히 뜨뜻미지근하고 마음은 뭉클해집니다.
주인공 Lara는 전 재산을 털어서 헤드헌팅 회사를 차리고,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는 재기 발랄하고 예쁜 아가씨입니다. 여타의 Chick-lit과 비슷하지만, 《Twenties Girl》만의 독특한 것은 귀신-Ghost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귀신의 역할이 정말 상당한데요, Lara의 삶에 툭툭 끼어 들 때마다 때로는 밉고 때로는 짜증나지만, 어느 순간 그 귀신의 마음에 동조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Twenties Girl》을 넘기다보면 간혹 전문용어와 같은 낯선 단어가 나오는 터라 사전을 살짝 뒤적여야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난하고 쉬운 문장이어서 부담도 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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