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전자 기기만큼 친해지는 건 어려운 걸까? 라는 질문을 하는
모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책.
책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함께 하길 바라는 지 보여주는 책.
엉뚱하고 기발한 책과 함께 하는 모습을 아트적인 그림으로 멋지게 표현한 책.
자유분방하면서도 경쾌한 일러스트로 접근성을 높였다.
화면이 꽉 차지 않아도 무성의하지 않고,
색이 알록달록한데도 세련된 것은 원작을 출간한 파이돈(phaidon) 출판사가 세계 3대 아트 북 출판사 중 하나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친근하고 매력적인 그림만으로도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빠른 속도에 익숙한 어린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글 또한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이 펼쳐지거나 매력 만점의 주인공이 독자를 휘어잡거나,
눈시울을 적실만큼 감동적인 사연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랑스러운 나의 책》에는 이런 것들이 없다.
심지어 뚜렷한 줄거리도 없다.
이 책은 ‘책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책을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소위 ‘어린이용 책 사용 설명서’이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딱딱하기까지 할 법한 내용이지만,
수십 권의 어린이책을 쓰고 아이들에게 강의를 해 온 베스트셀러 작가 바니 솔츠버그는 시작부터 아이들을 노련하게 이끈다.
책이란 욕조에 앉아 읽을 수도 있고, 뽀뽀를 할 수도 있고, 옷을 입혀 줄 수도 있고, 내가 만든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는 존재란다.
심지어 거꾸로 매달려서 읽을 수도 있고, 같이 낮잠을 잘 수도 있고, 점심 식사에 데려갈 수도 있는, 그런 존재란다.
어른들에게는 엉뚱하고 우습게 들리겠지만, 세상 모든 것에 생명이 있다고 믿으며 망가진 인형이 아플까 봐 정성스레 돌봐 주는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때로는 ‘뭔 소리야~?’ 하고 킥킥거리며 마지막까지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책에 대한 찬사와 책을 통한 소통과 나눔의 시작.
유치해 보이는 이 물활론적 시선 속에는 작가의 놀라운 통찰이 숨어 있다.
한 번 빠지면 책만큼 좋은 친구도, 연인도, 스승도 없다.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고
(욕조에서도, 잠자리에서도, 식탁에서도!),
뭐든 함께 할 수 있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나아가 세상과 소통하도록 돕기까지 하니 말이다
(남이 나에게, 내가 남에게 읽어 줄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 책이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지금이라도 당장 ‘처음부터 다시,
이 책을 누군가에게 읽어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