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을 감고 천까지 수를 셀 거야.
그리고 몸을 돌리면,
다시 네가 있을 거야.
“이제 센다. 하나….”
겨울밤 눈 밟는 소리처럼 선명한 그리움과
상실 속에서만 보이는 삶의 숨겨진 의미들
스웨덴의 대표적 작가 사라 스트리츠베리와 사라 룬드베리가 『여름의 잠수』 이후 다시 한 번 강렬한 그림책으로 찾아왔다.
그림책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주제의 이야기에 깊이와 철학을 담아내는 사라 스트리츠베리는 『여름의 잠수』에서 마음의 병으로 깊은 슬픔에 잠긴 아빠와 그런 아빠를 이해해보려 애쓰는 어린 딸의 여정을 시적인 언어로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그리고 자칫 무겁기만 할 수도 있었을 이 이야기에 사라 룬드베리는 밝고 강렬한 색채의 수채화로 슬픔의 한가운데를 담담하게 통과하는 낙관을 표현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그림책 『저녁이면 눈 냄새가 난다』는 한겨울 천진한 숨바꼭질 놀이를 통해 상실과 그리움을 그려내는 동시에,
상실의 과정에 있을 때 비로소 보이는 삶의 숨겨진 의미들을 담아내고 있다.
사라 스트리츠베리는 상실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며, 무언가를 찾고 있을 때 끝내 그것을 찾아내지는 못할지라도,
예상치 못한 다른 것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삶의 여러 장면들을 눈에 담고 그 숨겨진 의미의 일단을 붙드는 일은 상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일지 모른다는 깨달음에 좀처럼 가시지 않는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