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린 시절의 상처가 남긴 성장의 흔적, 딱지와 함께한 시간들
어느 날, 한 소녀가 길을 가다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진다.
아빠는 예쁜 딱지가 생길 거라고 말하고, 엄마는 곧 딱지가 떨어질 거라고 했지만,
소녀의 눈에 딱지는 예쁘기는커녕 커다란 햄버거처럼 느껴지고 무섭기만 하다.
게다가 딱지가 영원히 붙어 있을까 봐 두렵다.
도대체 딱지는 언제 없어질까?
시간이 흘러도 딱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도 하나씩 딱지를 가지고 있지만, 소녀의 눈에는 자신의 딱지가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녀는 딱지와 친숙해진다.
심지어 딱지에게 ‘페퍼’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시간이 지나 딱지가 떨어질 무렵, 소녀는 놀라운 깨달음을 얻는다.
딱지에 정이 들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딱지가 떨어지는 것이 아쉽기까지 하다.
『페퍼와 나』는 어린 소녀의 시각으로 본 상처의 치유 과정을 통해 소녀의 성장과 변화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마침내 딱지가 떨어지던 날, 소녀는 큰 상실감을 느낀다.
어느새 딱지는 소녀에게 중요한 감정적 동반자이자 친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때때로 어른들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대해 큰 애정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소녀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을 때,
그들이 소녀의 딱지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은 아이들이 겪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어른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져서 무심히 지나치는 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소녀는 그 과정 속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며 성장한다.
특정 냄새나 시각적 신호가 기억을 불러일으키듯, 기억은 때로는 슬프고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생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페퍼와 나』는 상처와 치유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어린 아이의 시점에서 따뜻하게 그려 냈다.
아이의 마음을 따뜻한 색감으로 담아낸 감성적인 일러스트
알레마냐는 단순한 선과 색만으로도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소녀가 상처를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소녀의 감정을 담아낸 일러스트는 따뜻하면서도 감성적인 시선으로 이야기에 한층 더 깊이를 더해 준다.
구아슈, 오일, 연필, 콜라주 등 다양한 재료로 완성된 그의 작업은
자줏빛, 올리브, 밤색 등 풍부한 색조를 사용해 따뜻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소녀의 머리카락과 딱지의 형광빛 주황색은 그와강렬한 대비를 이루어 눈길을 끈다.
이처럼 『페퍼와 나』는 소녀의 감정과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내면서도, 독자에게 따뜻하고 오래 남는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