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추운 겨울, 우리에게 찾아온 새하얀 마법
손이 꽁꽁 발이 꽁꽁, 추워도 너무 추운 겨울입니다.
도톨은 학교에 가기 싫어 이불 속에서 한참을 꼼지락거립니다.
그런데 겨우겨우 옷을 입고 책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온 순간, 뾰로통한 마음이 싹 달아나 버립니다.
밤새 눈이 온 거예요!
온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었습니다.
도톨은 가만히 눈을 뭉쳐 주먹만 한 눈덩이를 만들었습니다.
고요한 골목에는 보드득보드득 도톨의 발소리와 데구르르 눈덩이 굴러가는 소리만 가득합니다.
눈덩이가 커질수록 도톨은 점점 더 신이 납니다.
눈덩이는 어느새 도톨 키만큼 커졌고, 그만큼 더 무거워졌습니다.
눈덩이가 언덕길에서 멈춰 섰습니다.
도톨이 힘껏 밀어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본 자야와 동동이 다가와 함께 눈을 굴립니다.
도톨과 자야와 동동은 언덕 위에 이르자 두 손을 번쩍 들고, 저 멀리 보이는 학교를 향해 “야!” 하고 소리쳤지요.
그 순간 눈덩이가 언덕 아래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눈덩이는 구르면 구를수록 점점 커져서 이윽고 집채만 해집니다.
온 거리를 휩쓸고 학교 울타리를 들이박고서야 겨우 멈춰 섰지요.
도톨과 친구들은 어마어마해진 눈덩이를 보고 기막힌 생각을 해 냅니다.
소륵소륵 눈 오는 날을 떠올려 보세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낼 때의 설렘,
손끝에서 사르르 녹는 눈의 감촉, 늘 오가던 골목이 환상적인 공간으로 바뀌는 신비감, 추위도 잊은 채 한바탕 신나게 뛰어 놀던 행복감을 말이에요.
새하얀 눈은 앙상하고 추운 겨울을 나는 우리에게 계절이 주는 마법 같은 선물입니다.
도톨이 아침마다 춥다고 투덜대며 걸어가던 등굣길이 신나는 놀이 공간이 된 것처럼요.
찬바람을 맞아 볼이 빨개져도, 눈덩이를 굴리는 손끝이 시려도, 온몸이 땀에 절어도 즐겁기만 합니다.
다른 건 까맣게 잊고 놀이에만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것은 아이들만의 특권이지요.
도톨이 시작한 작은 놀이는 친구들이 하나둘 동참하면서, 어느덧 모두의 놀이로 변했습니다.
도톨과 친구들은 학교 가는 것도 까맣게 잊고, 어마어마한 눈덩이에 빙글빙글 삼단 미끄럼틀도 내고, 거대한 동굴도 만들고, 목도리끼리 묶어서 알록달록 장식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 즐거운 놀이에 어른들도 슬쩍 끌어들입니다.
두 손을 번쩍 들고 교실에 있는 선생님을 향해 “야!” 하고 소리칩니다.
선생님도 이웃 어른들도 그 소리에 이끌려 한바탕 신나는 놀이에 동참합니다.
도톨이 재미로 만든 작은 눈덩이가 어마어마한 기쁨이 되었습니다.
도톨과 친구들의 밝고 건강한 웃음이 이 책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과 함께 읽는 그림책
《하얀 하루》는 이제는 대학생이 된 김기정 작가 큰 아들의 어릴 적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눈이 많이 왔는데 초등학생인 아이가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집에 오지 않더랍니다.
걱정이 되어 찾아 나섰더니, 제 키보다 큰 눈덩이를 낑낑 굴리며 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네 형, 누나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 운동장에서부터 고개 넘어 집까지 눈덩이를 굴려오느라,
삼십 분이면 올 길이 두 시간이 넘게 걸린 겁니다.
온몸은 땀에 절었고 볼과 손은 빨갛게 얼었지만,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도 그날 이야기를 하면 환하게 웃는다고 해요.
책 뒷면에는 주인공 도톨의 모델이 된 김기정 작가의 아들 김지훈 님이 초등학생 때 작곡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있습니다.
지금은 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과 함께 그림책을 읽어 보세요.
눈으로 뒤덮인 하얀 세상을 처음 본 순간의 설렘을 담은 〈구름 속의 산책〉, 고요한 눈길을 걸을 때의 신비감을 표현한 〈꿈속에서의 길〉,
데굴데굴 데구르를 눈을 굴리는 아이의 경쾌한 발소리를 닮은 〈덤덤이 행진곡〉이 우리를 하얀 하루 속으로 데려가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