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Clay Jensen은 발신자 불명의 소포를 받았다. 그 안에는 모두 7개의 카세트테이프가 들어있었고, 테이프 안에 담긴 목소리의 주인공은 2주 전에 자살한 Clay의 첫사랑인 Hannah Baker였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에 Clay를 포함해서 모두 13명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자신은 그저 사랑만 했을 뿐인데 무슨 책임이 있단 말인가. 그래서 그녀가 보낸 테이프를 하룻밤에 모두 듣고 다음 날 다른 사람에게 부쳐버렸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시즌 2까지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작품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원작 Jay Asher의 《13 Reasons Why》입니다. 드라마도 인기가 있었지만 원작소설은 훨씬 더 충격적이었죠. 사실 드라마는 조금 질질 끌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지치게 만든다는 평가도 있었거든요. 이에 반해 원작소설은 스피디한 전개와 심리스릴러로서의 긴장감도 놓치지 않는 한 편 철학적 사유까지 담아낸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습니다.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훌륭한 건 구성인데요, 그녀가 왜 자살을 해야만 했는지 그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반이라면, 나머지는 왜 그녀가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심리에 주안점을 두고 펼쳐나갑니다. 그 모든 것이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죠.
인터넷 악플 등 우리는 루머가 어떤 형태로 양산되고 어떤 문제로 나타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이 자살했던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며, 박찬욱 감독을 세계적인 거장으로 만들었던 《올드보이》도 루머가 원인이 되어 펼쳐지는 벌어진 일이죠. 그러나 왜 루머가 생산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있는데요, Jay Asher는 여기에 대한 상당히 깊은 철학적 고민을 담아놨습니다. 단순한 베스트셀러 정도가 아니라, 그래서 더욱 이 책의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