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작가 Jhumpa Lahiri의 《The Lowland》는 두 형제와 그들의 아내를 중심으로 70년의 삶이 아로 새겨져 있는 수작입니다. Jhumpa Lahiri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도의 관습과 역사를 작품 속에 펼쳐 놓으면서 그 안에 개인의 치열한 삶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엄청난 수상목록이 이 작품을 보증한다 하겠습니다.
인도는 아시다시피 영국 식민지였죠. 1947년 8월 15일에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하는데요, 식민 지배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립의 기틀을 마련하려던 그 시기부터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영국인이 드나들던 골프장과 인도인 부락 사이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저지대가 있고, Subhash와 Udayan은 그 저지대에서 자라난 영민한 형제죠. 단짝과도 같았던 두 사람의 사이가 서서히 벌어진 건 각기 다른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인데요, 남들보다 현실적이던 형 Subhash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동생 Udayan은 인도에서 사회운동과 계몽운동을 하면서 Gauri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혁명세력을 탐탁찮게 여기던 경찰이 동생 Udayan을 죽이고, 동생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 Subhash는 관습에 따라 임신한 제수씨 Gauri를 아내로 맞아서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야말로 블랙홀처럼 주변의 모든 상황을 혼란 속으로 빨아들이고 맙니다. 누군가에게는 남편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동생이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아들이었으니,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린 채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보듬고 사는 한 가족의 역사는 쉽고도 정제된 언어로 가슴 속에 스며듭니다. 그래서 오히려 가슴이 서늘해지고 때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을 만큼 감정이입이 되는데요, 어느 순간에 소설 속의 주인공들과 비교해서 현재의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아, 참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