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by 이글랜차일드
세상의 모든 것이 줄무늬인 섬이 있습니다. 아침에 줄무늬 섬 너머로 줄무늬 해가 뜨면 줄무늬 산과 줄무늬 들판에 줄무늬 꽃이 펼쳐져 있습니다. 여기는 사람들도 줄무늬입니다. 집도, 옷도, 책도 모두 줄무늬인 건 마찬가지예요. 어느 날 이곳에서 축제가 열렸습니다.
영유아 그림책 작가 Tupera Tupera의 《Stripe Island》는 줄무늬 섬에 해가 뜨고 질 때까지의 풍경을 묘사한 딱히 특별한 내용이 있진 않은 그림책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 관한 출판사들의 서평은, 따분하고 비가 오는 날 읽기에 좋은 책이다… 어떤 이유로든 침울한 사람에게 이상적인 해독제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멋진 선물이다… 눈을 즐겁게 만드는 축제다…라는 칭찬으로 가득합니다.
밝고 우울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내용 덕분이겠지만, 색채심리학도 어느 정도 기여하는 바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MoMA에서 출간한 Sonia Delaunay의 전기그림책 《Sonia Delaunay: A Life of Color》를 소개하면서 오르피즘Orphisme에 관해 말씀드린 적 있는데요, 20세기 초 프랑스 회화의 주요한 흐름 중 하나였던 오르피즘은 색의 대비를 이용해서 리듬감과 율동감을 강조하는 화풍입니다.
즉, 오르피즘으로 가득한《Stripe Island》는 꿈틀꿈틀 역동성 때문에 우울함을 떨치고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