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때문에 방금 전의 일도 깜빡하는 여든둘의 할머니 Moud, 일상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계속되자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생각날 때마다 해야 할 일을 포스트잇에 써서 냉장고와 식탁 등 붙일 수 있는 곳에 모두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메모를 했다는 사실 조차 깜빡하기 때문에 이 또한 별무신통이다. 심지어 딸과 손녀까지 잊어버리니 말이다.
이런 그녀가 기억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녀의 친구 Elizabeth가 사라졌다는 것. 주머니에 있는 메모에 그렇게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70년 전에 여행 가방만 남기고 사라진 언니가 떠올랐으니,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데뷔작으로 2014년 Costa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Emma Healey의 《Elizabeth is Missing》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치 단서를 하나하나 쫓아가는 추리극이자 심리스릴러입니다.
치매, 결코 쉽지 않는 주제를 숨김없이 이렇게 대담하게 풀어나간다는 것은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가스 불을 켜놓고 그걸 잊고 있다는 것,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공포와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에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상실감과 두려움에 대해 무서울 정도로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이런 수작이 데뷔작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photographed by 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