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by 이글랜차일드
일본 자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40여 개국으로 번역 출간돼 큰 인기를 모은 작품 무라카미 하루키의 《Norwegian Wood》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에 원제 그대로 《노르웨이의 숲》으로 출간됐다가 《상실의 시대》로 제목을 바꿔서 재출간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죠.
비틀즈의 동명의 노래 《Norwegian Wood》를 모티브로 탄생했다는, 책 좀 봤다는 사람 치고 안 읽은 사람보다 읽은 사람이 더 많다는 작품이라 줄거리를 간추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이 작품을 영문으로 읽는 재미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일기장이나 블로그에 대충 휘갈겨 쓰는 글이 아닌 이상, 누구나 문장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그러한데 하루키와 같은 대가는 어떨까요. 정성을 다한데 이어 퇴고에 퇴고를 거쳐 문장이 완성됩니다. 하지만 독자는 눈이 가는 대로 대충 읽고선 저자가 전달하려는 내용과 주제까지 모두 다 알아버린 것으로 간주하곤 합니다. 빨리, 대충 읽는 게 능사는 아닌데 말이죠.
이와 관련해서 《일식》의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는 《책을 읽는 방법》이란 작품을 통해서 Slow Reading 즉, 천천히 읽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의 독서가 아니라 질의 독서를 말하는 거죠. 아름다운 문장에 담긴 함의까지 느끼기 위해선 천천히 읽어야 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재독(再讀)도 좋다고 말입니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강조하는 노하우에 적합한 방법이 바로 영문판 《Norwegian Wood》를 읽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말이 아니라 영문판이기에 조금이라도 읽는 속도가 더뎌진다면 자연스레 Slow Reading의 실천이 되는 거죠. 그렇게 해서 하루키가 일어로 풀어낸 문장의 함의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문장도 의외로 쉽습니다. 《Harry Potter Series》보다는 분명히 쉽고, 낯선 판타지의 세계를 새로이 이해할 필요 없이 작품 속 캐릭터들의 침잠된 감정을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루키가 직조해낸 아름다운 문장을 차분히 읽어내려 간다면 왜 사람들이 하루키의 작품에 목을 매고 있는지도 저절로 알게 됩니다.
photographed by 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