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재판이 횡행하던 유럽사회에서는 당시 4만여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식민지시절의 미국도 이와 다르지 않았으니, 미국 메사추세츠의 세일럼에서 일어난 마녀재판입니다. 1692년 5월에서 10월까지 6개월 동안 한 마을에서 무려 200명이 마녀로 낙인찍혀 체포당하고, 그 중에서 25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영화와 연극으로도 제작돼 널리 알려진 Arthur Miller의 《The Crucible》이 바로 세일럼의 마녀재판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죠.
저자이자 역사학자인 Katherine Howe는 당시 마녀재판으로 처형당한 Elizabeth Howe의 실제 후손으로, 《The Physick Book of Deliverance Dane》는 당시에 실제로 마녀가 존재했다는 가정 하에서 당시 세일럼의 마녀재판을 파헤치는 역사모험소설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1991년을 배경으로, 도서관에서 박사과정을 위해 공부하던 하버드 대학생 주인공은 어느 날 엄마의 부탁으로 세일럼의 외할머니 집을 정리하러 갑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17세기 당시의 성경책과 열쇠를 발견하는데요, 열쇠 안에는 Deliverance Dane이라는 마녀의 이름이 적힌 양피지가 있습니다. Deliverance Dane이라는 마녀와 그녀가 대대로 소장해온 비밀의 책을 찾기 위한 모험이 시작되는 거죠.
스릴과 환상이 살아 있는 역사모험이지만, 전체 주제는 왜 당시의 마녀재판이 왜 광기에 휩싸였는지에 관한 문제제기이기도 합니다. 당시 여성이라는 존재는 주류사회에서 부속물에 불과하건만, 남성들을 누르고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죠. 그 광기의 현장을 눈앞에 그리듯 보여주는 작품이 《The Physick Book of Deliverance Dane》인데요, 왜 세계가 이 책을 그토록 격찬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역사소설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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