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데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유럽의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가 힉스입자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입자충돌실험을 하던 중 곳곳에 블랙홀이 생기는 등 무언가 불안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웃집 부부가 지하실에서 악마를 불러내는 주술을 시도했으니, 그 결과는 지옥문이 열리고 이웃집 부인에게 악마가 씌는 것이다. 그걸 지켜본 우리의 주인공 Samuel은 부모님과 신부님에게도 알리지만 아무도 믿질 않는다. 할 수 없다. 나라도 나서서 지구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이론물리학과 지옥을 연결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던지는 John Connolly의 《The Gates》입니다. 흔히 지옥이라고 하면 종교와 신화로 접근을 하기 마련이건만, 여기에서 지옥은 평행우주의 또 다른 세상일 뿐입니다. 그런데 묘사하는 건 또 성서에 등장하는 아마겟돈인데요, 저자의 엄청난 과학적, 종교적, 인문학적 소양이 한데 묶어서 보여주는 것은 엄청난 웃음에너지입니다.
지옥에서 뛰쳐나온 악마들이 인간세상을 무너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인간들에게 경도돼 각개격파 당하는 상황은 그야말로 포복절도 그 자체입니다. 이처럼 광대한 우주와 유머를 적절히 써먹는, 놀라운 상상력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작가가 Douglas Adams 말고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
photographed by 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