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 작성자 이글랜차일드
기업합병이 이뤄지면서 부사장이던 아버지가 실직했다. 뉴욕의 고급아파트 펜트하우스에 살며 사립학교에 다니며 잘 나가던 열세 살 소녀 Irene과 돈 걱정 없이 마구 쓰면서 살던 엄마에게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뉴욕 북부에 사는 할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최소한 여름방학은 할아버지네 집에서 살아야 하는 Irene은 농장 생활 자체가 너무나 낯설다. 절약을 강조하는 할아버지의 룰도 지켜야 하고 농장 일을 돌아보는 것도 힘겹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주신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그녀의 삶은 점차 풍요로워졌다. 신선한 흙냄새를 맡으며 달리는 재미,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방법 등을 배우며 그녀의 삶이 빛나기 시작했다.
도시생활에 물든 아이가 시골에 적응하며 마음의 풍요를 배운다는 이야기 Corinne Demas의 《Everything I Was》입니다. 시인 이상(李箱)은 ‘권태’라는 수필에서 시골 아이들의 무료함을 실감나게 표현한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소설과 박완서 선생께선 “서울내기들의 창작관념일 뿐”이라고 강하게 질타한 바가 있습니다. 군대처럼 밀려오는 소나기와 함께 달리기를 비롯해 자연의 모든 것이 놀잇감인데 이에 대해서 전혀 모른 채 표현했다는 거죠. 박완서 선생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Everything I Was》를 보면 정말 실감하게 됩니다. 이렇게 흥겹고 재미있을 수 있다니, 자연을 벗 삼는 시골의 삶은 이렇게나 즐겁고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