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 작성자 이글랜차일드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탐정 또는 수사관들의 사건 해결 방식이 참 제각각이구나……하고 느끼게 됩니다. 코넌 도일의 Sherlock Holmes처럼 사건을 몸으로 해결하는 탐정이 있는 반면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Hercule Poirot처럼 뺀질뺀질하게 굴면서 머리로 푸는 탐정도 있습니다. 또, Lee Child가 창조한 덩치 큰 군인출신 Jack Reacher는 정말 람보처럼 과감하고 저돌적으로 돌진하는데요, 그러면서 작품과 정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싶어 감탄하게 되고요.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는데요, 소설 또는 시나리오 작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가 characterization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어떤 성격을 불어 넣을 것인가, 하는 점이죠. 사실 결말이 어떻게 될 지 알면서도 보는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무협지 모두 뻔하다고 욕하는 Cliche가 있고, 전개조차 비슷비슷합니다. 그럼에도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에서 연유하겠죠. 각 캐릭터가 보여주는 성격에 따라서 내용의 전개는 물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까지 바뀌기 때문입니다.
가령, 조용한 성격의 두 사람이 커피 한 잔 하기로 약속했다면 아마도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는 젊은 청춘들이 모여 큰 소리로 웃고 즐기는 곳보다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곳을 선호할 겁니다. 반대로 활동적이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흥겨운 술집에서 만나게 될 것이며,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곳도 당연히 그런 곳이겠죠. 이처럼 캐릭터는 이야기 전반을 이끌어가는 환경과 사람을 대하는 모습 그리고 문제에 직면했을 때 풀어나가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정말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 수많은 작품에서 사랑을 받은 매력적인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요? 그 해답은 《The Lineup: The World's Greatest Crime Writers Tell the Inside Story of Their Greatest Detectives》에 나와 있습니다. 이 시대에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 작가 22인에게 직접 들은 캐릭터 창조 비화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추리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즐거운 후일담부터 에피소드처럼 들려주는 탄생 비화까지,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오는 유쾌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요, 더불어 위에서 장황하게 설명했던 캐릭터 창조와 전개 과정의 노하우까지 상세하게 전수해 줍니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정말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최고의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뒷이야기와 비법까지 알려준다는데 어찌 안 들을 수 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