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 작성자 이글랜차일드
자원은 고갈되는데 인구는 나날이 늘어간다. 1994년 식민지 화성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상황이 힘겨워 지구를 떠났지만, 화성에서도 여전히 물자부족에 시달린다.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잭 볼렌은 힘겹던 과거를 잊고 열심히 살아가려 애쓰는 수리공이었다. 이런 그에게 노동조합의 조합장 어니 코트가 나타나면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화성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어니 코트는 UN이 화성으로 진출하게 되면 자신이 그동안 힘겹게 구축해놓은 모든 것들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예지능력을 가진 소년을 통해서 이를 막으려 든다.
SF소설계의 거장이라고 하면 Big3를 먼저 연상하는 게 아주 당연하죠. 그런데 영화로 제작된 SF소설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필립 K. 딕(Philip Kindred Dick)이 제일 많을 겁니다.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크리머스’ ‘페이첵’ ‘콘트롤러’ 등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상당히 되네요. 사실 장편소설 44편, 단편소설 121편이라는 굉장한 생산력을 자랑했고 당연히 SF소설가 중에 가장 많은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 영화화되는 빈도수도 상당히 높았다고 할 수 있겠죠. 어쨌든 굉장한 상상력에 흥행성까지 갖춘 작품이기에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Martian Time-Slip》은 이러한 필립 K. 딕의 소설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장편의 장점이 어느 작품보다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인데요, 먼저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그의 초현실적 상상의 세계와 맞물려 상당히 환상적인 공간을 창조해 내고 있습니다. 또한 실존에 관한 저자의 깊은 철학적 성찰이 잘 나타나 있는데요, 이 두 가지가 맞물리면 어떠한 현상이 벌어지고 어떤 파괴력을 가지게 될까요? 《Martian Time-Slip》의 후반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의식의 흐름이 분열하고 새로운 양태로 나타나는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