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문화가 지배적이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형은 그야말로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성형을 한다는 것은 불효를 저지르는 것과 같은 의미였으니까요. (身體髮膚는 受之父母요, 不敢毁傷이 孝之始也라)
이렇듯 말많고 탈많은 성형이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논란의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턱과 코에 손을 대고도 살짝 라인만 조절했다고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한 쁘띠 성형도 있는 마당에, 이젠 쌍꺼풀 수술쯤이야 성형 축에도 끼지 않습니다.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폐단입니다.
《Uglies》이 소설은 성형이 의무적이 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16살이 되면 통과의례처럼 성형을 해야만 살아남는 사회입니다. 성형해야만 어글리에서 프리티세계로 진입을 하게 됩니다. 외눈박이 나라에서 두눈박이가 바보 취급받는 게 당연하듯, 성형을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사는 우리의 주인공 탤리 또한 성형을 해야하는 줄로만 압니다. 그저 가벼운 감기처럼 때가 되면 치르고 지나가는 것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셰이를 만나면서 탤리는 성형이 올바르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아름답고 완벽한 외모를 얻는 대신 치러야 하는 대가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율적 사고능력을 제거 당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행복하게만 살 수 있다면 괜찮은 걸까요?
SF의 대가 Scott Westerfeld의 《Uglies》는 성형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단순히 외모지상주의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통제를 통해 모든 사고방식과 가치관마저 획일화시키는, 통제된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 관한 내용입니다. 꿈도 이상도 없는 세계라니,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았다면 달나라에는 여전히 토끼가 사는 줄 알았을 겁니다.
주제가 다소 무겁다고 해서 책을 읽는 것마저 어렵진 않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회의 개인에 대한 통제’라는 주제를 다룬 영화 《Matrix》가 단지 어렵기만 했다면 전 세계가 열광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Uglies》는 성형을 소재로 정체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SF소설이자 성장소설이기도 합니다. 관점에 따라 가벼울 수도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Scott Westerfeld의 특유의 긴장감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Scott Westerfeld는 분명히 남자입니다만, 어쩌면 그리도 여성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던지 소녀는 물론이고 엄마가 함께 읽어도 좋을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Uglies》시리즈 4부작은‘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로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photographed by 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