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다보면 태초에 카오스에서 가이아가 나왔고, 가이아를 통해서 우라노스와 크라노스가 탄생했으며, 우라노스가 죽어서 제우스와 포세이돈·비너스 등이 탄생했다는 세계관 정도만 어느 정도 이어집니다. 그 외에는 신들과 요정 그리고 인간이 뒤엉킨 에피소드만 줄기차게 나열되는데요, 그 때쯤이면 그리스·로마 신화도 서사를 그치고 단순한 동화수준으로 떨어집니다. 물론 각각 에피소드를 통해서 어떤 신과 요정이 어떤 능력과 성격을 가졌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되죠.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만, 서사가 빠진 이야기는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죠.
그렇다면 신들은 더 이상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인간의 이야기에서 신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입니다. 일리아드는 바로 ‘트로이의 목마’로 유명한 바로 그 트로이 전쟁의 기록이며, 오딧세이는 트로이 전쟁에 참여했던 이타카의 왕 오딧세이가 전쟁에서 승리한 후 고향으로 돌아오던 기나긴 여정과 모험을 기록한 서사시입니다.
고대유럽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반드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즉, 트로이 전쟁을 만나게 됩니다. 이 전쟁에서 패한 이들이 흘러흘러 이탈리아 반도로 스며들어가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시작으로 로마제국을 건설하죠. 그러나 10년 간 지속된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 중에서도 목마를 이용하는 기지를 발휘한 오딧세이는 전쟁 도중 트로이의 아테네 신전을 파괴했다는 이유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Tales from the Odyssey》는 말 그대로 고대 서사시 오딧세이의 모험을 어린이를 위해 각색한 도서로, 저자가 바로 Magic Tree House의 Mary Pope Osborne입니다. 검증된 작가가 초등학생을 위해서 쓴 책이니 재미와 흡인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의 시점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감동을 주는 능력은 거의 천의무봉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호메로스의 원작이 워낙에 재미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 하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요, ‘홍길동’ 원전을 지금 현대 언어로 풀이해서 출판했다고 생각해보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오딧세이는 풍랑을 만나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가 사는 로투스 섬으로 가게 되고, 섬을 빠져 나오기 위해 눈을 멀게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이클롭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어서 이젠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게 됩니다. 또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들을 바다에 빠져죽게 하는 사이렌과 머리가 6개나 달린 스킬라를 만나기도 하며, 갖은 고생을 겪게 됩니다.
칼립소 섬에 갇혀 7년 동안 여신과 생활을 하다 겨우겨우 빠져나와 고향에 도착하고 보니, 어중이떠중이가 그녀의 약혼자 페넬로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결국 아테나의 도움으로 적을 물리치고 자리를 되찾는 이야기가 바로 《Tales from the Odyssey》인데요, 원작과 다를 바는 거의 없습니다.
어쩌면 신밧드의 기묘한 여행과 흡사하지만, 그리스 신들의 분노와 질투·지혜를 살피는 재미는 그 어떤 모험담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유럽의 역사이기 때문에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지도 모릅니다.
신들이 생동하는 신화-판타지의 세계, 그리고 각종 괴수와 몬스터가 활개치는 모험의 세계, 유럽인의 정신과 사상이 깃든 역사 세계가 바로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에 담겨 있습니다. 이 오딧세이의 모험을 《Tales from the Odyssey》를 통해서 생생하게 접하게 될 것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