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를 입은 십대 에이젠더
라이터를 든 흑인 소년
두 삶의 비극적인 교차점에서 진실이 이빨을 드러내다
같은 노선의 양 끝, 같은 범죄의 양면-
젠더, 인종, 선악의 이분법 너머에 존재하는 진짜 삶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57번 버스가 아니었다면 사샤와 리처드는 평생 마주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둘 다 미국에서 가장 다채로운 도시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사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백인 에이젠더 사샤는 중산층 거주 구역에 살면서 소규모 사립학교에 다녔다.
흑인 소년 리처드는 범죄가 만연한 동네에서 대규모 공립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 두 청소년의 이동 경로는 매일 겨우 몇 분 겹칠 뿐이었다.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오후 5시경, 방과 후 57번 버스 안에서 리처드와 친구들이 저지른 무모하고 치기스러운 잘못 때문에 사샤는 다리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리처드는 종신형을 받을지도 모를 처지가 되었다.
이 끔찍한 사건에 모든 언론과 대중이 주목하면서 두 사람도 별안간 관심의 초점이 된다.
이 책은 당시 오클랜드에 거주하던 저자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오클랜드 57번 버스에서의 화재」(The Fire on the 57 Bus in Oakland)라는 기사 한 편에서 비롯되었다.
‘성 소수자를 노린 끔찍한 혐오 범죄’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양극화된 지역 공동체에서 살아가던 두 십대 청소년의 삶에 주목한 해당 기사에는 열띤 댓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저자는 3년 동안 사건 자체의 추이를 집요하게 살피는 것은 물론 두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전후 삶에 대해, 친구와 학교, 그들을 둘러싼 공동체와 사법제도에 관해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각종 인터뷰, 문서, 편지, 영상, 일기, 소셜미디어 게시물, 공적 기록물 등 전방위 취재를 하면서 당사자에게서 수집한 정보는 공식 기록을 일일이 대조하고
그럴 수 없을 때에는 증인 및 관련자의 의견을 들어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 했다.
언론의 공개 유무와 관계없이 당사자를 비롯한 십대들의 성은 본문에서 밝히지 않았고 어떠한 사진 자료도 쓰지 않았다.
기존의 성별 이분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 각자가 원하는 인칭대명사를 사용했다.
사샤의 경우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3인칭 단수 대명사 they로 지칭한다.
철두철미한 조사와 섬세한 이해가 바탕이 된 이 책은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 대중을 들끓게 만든 몇몇 단편적 사실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중요한 진실들을 때로는 통계 자료, 때로는 시, 때로는 당사자와 주변인의 고백으로 드러내 보인다.
이 책은 독자가 손쉽게 선택하고 판결 내릴 수 있는 두 갈래 길을 결코 보여 주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진실에 진실이 더해질수록 독자는 더욱 갈등하고 더 깊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정체성, 이분법, 편견과 혐오, 회복을 위한 공동체의 역할과 사법제도의 방향성, 그리고 결국 정의란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묻게 될 것이다.
자극적인 기삿거리였다가 으레 잊히고야 말 비극적인 사건으로부터 모두가 고민해야 할 진행형의 과제를 발견한 『
57번 버스』는 스톤월 도서상과 보스턴 글로브혼북 아너 상을 수상했다.
목차
일러두기 10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11
오클랜드의 두 얼굴 14
1. 사샤
텀블-링, 텀블러 하기 19 ㆍ 인칭대명사 22 ㆍ 1001개의 빈 카드 25 ㆍ 루크와 서맨사 31 ㆍ 그란 투리스모 2 37 ㆍ 네 성별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아? 39 ㆍ 젠더퀴어 43 ㆍ 젠더, 성별, 성애, 연애 감정: 몇 가지 용어들 46 ㆍ 사샤에게 적합한 용어 49 ㆍ 사샤 되기 50 ㆍ 공중화장실 문제 53 ㆍ 다시 찾은 공중화장실 55 ㆍ 치마 56 ㆍ 조깅 59 ㆍ 백악관 청원 61 ㆍ 클립보드 64 ㆍ 생애 최고의 날 66 ㆍ 복장 규정 67 ㆍ 사샤와 니모 69
2. 리처드
얼굴들의 책 75 ㆍ 등교 첫날 77 ㆍ 오랜 친구 78 ㆍ 오클랜드 고등학교 80 ㆍ 카프리스 선생님 83 ㆍ 이스트오클랜드의 공주 86 ㆍ 최고의 엄마 94 ㆍ 천 번의 바람과 만 번의 기도 96 ㆍ 그 애가 떠나온 그곳 100 ㆍ 그 일이 있기 전에는 103 ㆍ 그저 두 번의 다툼 105 ㆍ 체포 108 ㆍ 일진 좋은 날이군 111 ㆍ 만약에 113 ㆍ 살해 115 ㆍ 노력 118 ㆍ 홀딱 벗기다 120 ㆍ 신뢰의 문제 121 ㆍ 결심 123
3. 불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127 ㆍ 57번 버스 129 ㆍ 오후 4시 52분 132 ㆍ 불 137 ㆍ 지켜보기 140 ㆍ 콧수염 사내 142 ㆍ 전화 통화 143 ㆍ 림 산불의 설욕 146 ㆍ 밤 10시 뉴스 148 ㆍ 잠긴 문 149 ㆍ 메이벡 151 ㆍ 시암 153 ㆍ 내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155 ㆍ 경찰 조사, 첫 번째 157 ㆍ 미란다원칙 161 ㆍ 경찰 조사, 두 번째 163 ㆍ 경찰 조사, 세 번째 166 ㆍ 킬트를 입은 남성 169 ㆍ 이건 실화야 171 ㆍ 입소 176 ㆍ 수술 181 ㆍ 아직 죽을 맛이야 183 ㆍ 기소 혐의 186 ㆍ 주민발의안 21호 188 ㆍ 재판 기일 193 ㆍ 빙글빙글 도는 세상 195 ㆍ 물려받은 책상 196 ㆍ 청소년기의 영향 201 ㆍ 보틴 병원에서의 생활 205 ㆍ 병문안 미루기 207 ㆍ 첫 번째 편지 209 ㆍ 서류 가방 속으로 210 ㆍ 사샤를 위해 치마를 211 ㆍ 두 번째 편지 213 ㆍ 우리 모두 서로를 돌봅시다 216 ㆍ 동성애 혐‘호’ 219 ㆍ 세상이 사샤에게 보낸 것 222 ㆍ 우리는 혐오에 반대한다 225 ㆍ 아무도 잘 모른다 229 ㆍ 서클 232 ㆍ 피부 결손 234 ㆍ 하나님은 선한 분 235 ㆍ 꼭 나여야만 했을까? 238 ㆍ 다시 찾은 메이벡 239 ㆍ 생애 최악의 날들 241 ㆍ 재회 243
4. 저스티스, 사법 혹은 정의
이분법 251 ㆍ 잔인하고 이례적인? 252 ㆍ 다시 소년원으로 255 ㆍ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258 ㆍ 아직 마음의 준비가 260 ㆍ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261 ㆍ 포옹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263 ㆍ 위 더 피플 265 ㆍ 예쁜 267 ㆍ 무도회 270 ㆍ 파급 효과 272 ㆍ 엉덩이 때리기 275 ㆍ 회복적 정의 281 ㆍ 그다지 내키지 않는 284 ㆍ 시민 대 리처드 286 ㆍ 지칠 대로 지친 288 ㆍ 11부 290 ㆍ 아마도 292 ㆍ 여행 가방 293 ㆍ 기도 295 ㆍ 유죄 협상 297 ㆍ 합의 299 ㆍ 조건 301 ㆍ ‘구조화된 환경’이란 303 ㆍ 그 애 친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세요 305 ㆍ 피해 결과 진술 307 ㆍ 범생이 형제회 310 ㆍ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312 ㆍ 편지 전달 314 ㆍ 채드 315 ㆍ 기회 316 ㆍ 그때와 지금 321 ㆍ 위험한 생각 325 ㆍ 경과보고 330 ㆍ 성숙도 335 ㆍ 앤드류 그리고 이분법 337 ㆍ 여러 번의 생일 339 ㆍ 1001개의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은 카드 342
젠더 중립성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 345
몇 개의 숫자들: 미국의 청소년 구금 실태 349
감사의 말 351
자료 제공 354
옮긴이의 말 355
찾아보기 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