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잊고 살았던 휴식과 여유를 되찾아 주는 힐링 그림책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느라 좀처럼 마음 편히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주는 그림책이다.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어느 여름 날, 창 밖을 내려다보는 소녀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소녀의 눈에 보여지는 인물들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하나같이 그냥 드러누워 하늘만 바라 볼 뿐이다.
이들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지금부터 이른바 ‘게으를 때만 보이는 세상’이 펼쳐진다.
나른한 오후, 신문을 보며 졸고 있는 삼촌은 글자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다.
저녁밥을 준비한다던 이모는 나무 위에 앉은 새들과 다람쥐를 구경하고 있고, 조카를 돌보기로 한 에밀리아는 모자 틈으로 쏟아지는 뜨거운 태양을 즐기는 중이다.
또 장을 보러 가던 도중 들판에 누워 가만히 민들레 씨앗을 감상중인 이웃집 아주머니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저마다 누워서 다른 세상을 보고 그 안에서 평온함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은 어른과 어린이 누구나 저마다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아직 걷지 못해 누워 있는 갓난 아기부터 하늘을 바라볼 여유가 없는 어른들까지 모두 제 각각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자기만의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 장면마다 인물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글과는 달리 드러누운 그림이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이는 다음 장면에서 해소된다.
다음 장에서는 아무런 글 없이 인물들의 시선에 담긴 풍경만이 오롯이 펼쳐짐으로써 독자들이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아직 어디론가 훌쩍 떠나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어떨까?
그 하늘엔 무엇이 보일지 벌써 궁금해진다.
시원한 그림과 함께 떠나는 그림책 속 여름휴가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은 게을러져야만 보이는 세상을 멋진 디자인으로 표현한 감각적인 그림책이다.
강렬하고 화사한 색감과 절제되고 세련된 일러스트레이션과 간결한 텍스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디자인의 그림책이 탄생했다.
작가는 먼저 잉크와 펜을 이용해 밑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오린 후에 오려낸 그림의 테두리를 살살 찢어냈다.
컴퓨터 그래픽 느낌이 강한 일러스트에 자연스러운 느낌을 가미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림 곳곳을 자세히 보면 테두리가 매끄럽지 않고 거칠게 찢어져 있는 곳들을 발견 할 수 있다.
또 검은색과 흰색만을 이용해 콜라주 작업을 한 후에, 마지막으로 작업한 그림들을 전부 컴퓨터로 옮겨 그래픽 작업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그림은 검은색을 중심으로 노랑, 주황, 파랑 등 최소한의 색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눈의 피로도를 덜어주면서 동시에,
보기만해도 시원해지는 색의 조합이 책 속으로 훌쩍 여름휴가를 떠나게 한다.
이처럼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보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소장가치를 지닌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