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음유시인 이적의 사랑스러운 변신
이적은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불러 온 탓에 음악뿐만 아니라 글에 매혹된 마니아 층을 갖고 있는 보기 드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2005년에 출간했던 [지문사냥꾼]이 이적 내면에서 꿈틀거리던 몽환적 상상력의 발현이라면,
[어느 날,]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사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 아이에게 다가온 죽음의 의미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된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있는데,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해 느꼈던 두려움을 많이 치유해 준 책이에요.
[어느 날,]도 독자들에게 그런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은연중에 읊조리는 노래 가사처럼,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은 시구처럼, 조용히 마음을 보듬는[어느 날,]의 손길을 느껴 보세요.
색연필이 닳고 닳은 만큼 깊어진 이야기의 세계
[어느 날,]을 처음 마주한 김승연 작가는 이내 얼굴을 가렸습니다.
이별을 겪어 낸 그녀의 가슴이 희미해진 기억을 불러 세운 탓입니다.
김승연 작가는 아이가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하나 둘 확인해 가는 과정을 색연필로 꾹꾹 눌러 표현했습니다.
곱게 켜켜이 쌓인 색연필 터치 위로 슬픔도 그리움도 꾹 눌러 얹혀진 듯합니다.
바닥 타일의 문양, 커튼의 패턴, 스웨터의 질감 등 작은 부분까지도 얇디 얇은 선으로 세밀하게 그리고 칠한 흔적이 장면마다 가득합니다.
아무리 그림을 확대해도 깨지지 않을 정도의 정교한 그림 작업이 [어느 날,]을 더욱 빛나게 일으켜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