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척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한 줄기의 햇살과도 같은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에 이어 《할머니의 뜰에서》 역시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조던의 외할머니, 바바는 폴란드에서 나고 자랐다고 합니다.
나치와 소련 점령 하의 폴란드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고 하지요.
그러고는 유황 광산이 있는 바닷가 마을의 양계장에 터를 잡았다고 합니다.
바바는 그 보잘것없는 공간을 정성껏 꾸미고 가꾸어, 그곳에 머무르는 모든 존재들이 제대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뜰을 갖게 되었지요.
조던 스콧은 그 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손자와 폴란드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는 언어 대신 눈빛, 손짓, 표정 같은 비언어적 표현으로 소통하며 일상을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그 단조로운 듯 풍요로운 일상은 어린 조던의 마음에 조금씩, 그리고 깊이 스며들어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만들고 시적 언어를 빚어냈을 테지요.
《할머니의 뜰에서》는 그 시간에 대한 깊은 감사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시드니 스미스의 아름다운 그림은 우리 모두를 어린 조던이 뛰놀던 바바의 뜰로 데려다줍니다.
주인공 소년의 시점에도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나날이기에 바바와 함께했던 일상을 담은 장면에는 많은 색이 쓰이지 않습니다.
대신 그림 속 깊숙한 곳에서 번져 나오는 듯한 빛이 소년의 기억에 색을 입히고, 우리의 마음까지도 구석구석 따스하게 데워 주지요.
나아가 우리의 마음속에 삶의 굽이굽이마다 말 없는 위로와 조언을 건넬 ‘바바의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초등 교과 연계
여름 1-1-1 우리는 가족입니다
국어 나 2-1-4 다른 사람을 생각해요
국어 가 2-2-4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