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쌓인 물건 앞에 선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가 불완전하고 비합리적이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피규어는 포기하지 못하는 예비 남편, 온갖 화려한 하이힐과 화장품에 아기까지 버려두고 집을 나간 며느리,
반복적으로 물건을 사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쌓아두는 엄마.
그런데 이들의 모습이 묘하게 익숙하게 다가온다.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리라는 단순한 행위에서 시작하지만 물건과 공간을 매개로 삶의 가치,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남편의 방을 정리하는 아내는 상대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가족 관계를 돌아보게 되고,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는 서로 다른 취향과 가치관을 한 공간에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고민하게 된다.
무엇을 버리고 간직할지 선택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이 이야기들이 읽고 나서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