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톡! 뾱! 마아~ 뼈다귀 아기 공룡이 태어났다
톡! 얕은 구덩이 하나 팔 생각이었던 아빠의 삽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모를 알껍데기를 건드렸다.
균열은 조금씩 조금씩 커지고, 처마 아래 알전구만 반짝이던 깜깜한 밤에 마침내 뾱! 뼈다귀 발가락이 작은 조각 하나를 밀어낸다.
뼈다귀 아기 공룡이 이제 막 깨어나 보니 눈앞에 매끈하게 멋진 공룡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엄마가 틀림없다.
뼈다귀 아기 공룡은 거치적거리는 플라스틱 투명창을 북 뜯어 버리고 엄마에게 달그락달그락 뺨을 비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엄마가 없어졌다.
가만히 곁에 있던 엄마가 어디 갔을까?
잠깐 울고 나서 흙더미를 밀고 올라온 아기 공룡은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 안에서 애타게 찾던 엄마를 발견하고,
동시에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두고 간 것이 틀림없는 공룡 장난감을 발견한다.
“내 선물!” “엄마!” 한밤의 침입자를 반드시 응징하고 싶은 흰 강아지 돌돌이까지 합세한 이날의 밤은 어떻게 지나갈까?
개구지게, 힘차게, 마침내 포근하게 내리는 함박눈처럼 다가오는 세계관의 정점
『나와 티라노와 크리스마스』는 무려 마흔 바닥에 이르는 긴 그림책이다.
특별한 서술 없이 대화와 소리만으로 이루어지는 칸 만화 형식 덕분에 독자는 등장인물들에게 더욱 바특하게 다가앉을 수 있다.
경혜원 작가만의 보드라운 필압과 말캉한 양감, 칸 안에서 오히려 무한하게 펼쳐지는 공간감이 한 장 한 장을 풍요롭게 채운다.
곳곳에 포진한 위트와 감탄을 자아내는 묘사, 절묘한 표정들은 그간의 작품들을 통해 차곡차곡 구축되어 왔던 경혜원 유니버스의 정점을 보여 준다.
작가가 품고 있던 상상의 씨앗들이 어떻게 몸을 얻어 종이 위에 펼쳐지는지,
그림책 속 인물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눈길이 어떻게 읽는 이의 마음을 위무하는지를 우리는 『나와 티라노와 크리스마스』를 통해서 목격할 수 있다.
우리가 읽고 싶었던, 오래오래 기다렸던 그 이야기
아빠는 원하던 무언가를 갖게 되는 순간 소중한 내 아이의 얼굴에 떠오를 기쁨을 기다렸다.
생업에 바빠서 살뜰하지 못한 아빠지만 언제까지나 곁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강아지 돌돌이는 함박눈을 기다렸을 것이다.
재미나게 노는 날이 돌돌이 최고의 날이다.
한갓진 마을에서 조금은 외로운 일상을 보내던 아이는 티라노를 만나게 되기를 고대했다.
크고 우람한 그 공룡만큼 멋진 것은 없으니까. 땅속에 묻혀 있던 아기 공룡은 몇천만 년 동안 태어나기를 기다렸다.
엄마 공룡은 당연히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모두의 염원이 심상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나와 티라노와 크리스마스』는, ‘그리움’이란 옛날이 아니라 어쩌면 미래로부터 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언젠가에서 출발해 우리를 찾아올 깨끗한 기쁨을 기다리는 이야기 『나와 티라노와 크리스마스』는 아이는 아이의 모습으로,
어른은 어른의 모습 그대로 읽어도 좋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