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the Mountain Meets the Moon으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중국계 미국작가 Grace Lin의 주요작품 3권을 담긴 박스 세트입니다.
많은 이민계 작가들이 그러하듯이 Grace Lin도 자신의 정체성의 본질을 모국(중국) 의 문화에서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중국 민담을 소재로한 이야기들을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특히 권선징악이라는 고전적인 구성을 벗어나지 않는 착한 동화같은 느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Where the Mountain Meets the Moon
산은 온갖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하고 눈만 돌리면 널려 있는 것이 산입니다만, 우리의 주인공 민린이 사는 산은 어떻게 된 게 열매 하나 열리는 나무가 없어요. 그야말로 불모지입니다. 민린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놀이는 바로 아버지가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인데요, 어쩐지 아버지의 이야기는 꼭 진짜 같습니다.
어느 날 마을에 금붕어 장수가 찾아오고, 민린은 태어날 때 받은 주화로 금붕어를 사오는데요, 먹이가 없어 방생을 합니다. 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금붕어, 갑자기 민린을 향해서 말을 거네요. 어머나 세상에…….
《Where the Mountain Meets the Moon》은 잉어가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 용이 된다는 등용문(登龍門)의 전설을 비롯해서 우리가 흔히 접했던 수많은 중국설화가 오밀조밀하게 엮여 있습니다. 정말 낯익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요, 하지만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습니다.
예컨대, 이런 겁니다. ‘선녀와 나무꾼’의 나무꾼이 산에 갔다가 연못 속에 도끼를 빠뜨립니다. 그 때 연못 속에서 산신령이 나타나 “이 도끼가 네 도끼냐?”하다가 그 신선에게 강낭콩을 선물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땅바닥에 콩을 흘리게 되는데 그 콩이 쑥쑥 자라서 하늘로 치솟고……. 이렇게 농담처럼 이런저런 전래 동화를 엮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다보면 낯익은 이야기가 이렇게 새로울 수도 있구나 하고 웃게 되는데요, 바로 그런 느낌입니다.
When the Sea Turned to Silver
황제가 왕국을 빙 둘러 성벽을 쌓기 위해 산간 마을의 사람들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Pinmei의 할머니도 끌려가고 말았다. 황제는 Pinmei에게 할머니를 구하고 싶다면 빛나는 돌을 찾아오라고 하는데, Pinmei는 그녀의 친구 Yishan와 함께 빛의 돌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올랐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 Grace Lin은 자신의 정체성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민담을 소재로 끌어와 환상동화를 펼쳐내고 있는데요, 《When the Sea Turned to Silver》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진시황을 연상케 하는 황제가 등장하고 있고요, 마치 《신밧드의 모험》과 같은 미지의 모험(신밧드의 모험의 주인공이 명나라 때 무슬림 출신의 환관 정화(鄭和)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죠)이 펼쳐지는데요, 그래서 오리엔탈리즘의 극치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오히려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서정적인 문장이 신비와 설렘을 강요하는 것처럼 다가오네요. ^^
Starry River of the Sky
하늘에서 갑자기 달이 사라졌다. 밤마다 비치던 달이 사라지자 곳곳에 가뭄이 벌어지고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Rendi는 누군가가 아파 내는 신음소리를 듣는데, 그것은 바로 달을 잃은 슬픔에 하늘이 우는 소리였다.
12간지를 모티브로 한 《Year 연작 Series》의 저자 Grace Lin의 《Starry River of the Sky》입니다. 사실 그녀의 대표작은 《Mountain Meets the Moon》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중국 고대설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매혹적인 언어로 보여줬었죠. 《Starry River of the Sky》도 얼핏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Sequel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설화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전적으로 그녀만의 특징이 살아있는 고유의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뱀다리. 사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면 아, 중국설화구나……하고 저절로 압니다만 서양인들에게는 조금 무리겠죠. 우리가 켈트 신화와 북유럽 신화를 구분 못하는 것처럼 그들도 막연하게 동양풍이라고 여길 뿐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 영미권 사람들의 감성까지 이해하는 건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