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의 제품을 믿고 사듯이 펭귄 북스는 그 자체로 소구력을 가지죠.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놓은 신뢰의 힘이라고 하겠는데요, Philip Hensher가 편집한 단편선집이 신뢰의 상징인 펭귄 마크를 달았습니다. Philip Hensher는 영국의 저명한 문학평론가로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그의 리뷰 하나에 책의 판매고가 좌우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기도 하는데요, 그의 작품 《Northern Clemency》는 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런 사람이 직접 편집한 영국의 단편집이 펭귄북스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믿음직하다 하겠습니다.
《The Penguin Book Of The British Short Story》는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1705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27년 사이에 출간된 작품 가운데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36개의 작품이 수록돼 있는데요, Philip Hensher는 2년에 걸쳐 수많은 도서관과 잡지를 뒤져가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작가의 훌륭한 단편이나 유명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단편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예컨대 1705년에 출간된 영국 최초의 유령이야기부터 1차 세계대전 당시 시골 소년의 경험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3세기에 걸친 단편선집인 만큼 영국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D. H. Lawrence의 초기작과 Thomas Hardy, Robert Louis Stevenson, Conan Doyle, Joseph Conrad 등등 이름만 들어도 놀랄 대가들의 단편들까지 수록돼 있는데요, 그래서 Volume I(740p)과 Volume II(800p)를 모두 합하면 1540페이지나 되지만 모두 단편들이라 당연히 아무 편이나 골라서 읽어도 되겠죠.